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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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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를 깨우기 위해 커피전문점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우두커니 앉아 길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다. 사람들의 옷 입는 스타일, 얼굴 표정, 걸음걸이 등 볼거리가 많다. 세상에는 정말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20여 분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같은 사람을 한 사람도 보지 못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문득 머릿속으로 몇 가지 질문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세상은 나를 꼭 필요로 할까?’, ‘저 사람들 가운데 몇 사람이나 나를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갑자기 말꼬리마저 흐리게 된다. 내가 없다고 해서 지구가 멈추는 것도 아니고, 나라가 혼란스러워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이 못살고 죽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나는 소중한 존재이고, 꼭 필요한 사람이야’라고 대답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국을 여행하면서 버몬트의 단풍을 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의 내장산’이라 불리는 버몬트의 단풍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런데 숲 가까이 다가가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한 그루 한 그루가 크고 아름다운 나무도 있지만, 대부분 크기나 모양이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그때 깨달은 것은 나무 한 그루는 볼품없어도 숲을 이루면 아름다운 풍경을 이뤄낸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들의 인생도 그렇다. 개인을 놓고 보면 특별하고 독특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존재지만, 더불어 함께하지 않으면 개인의 특별함은 작은 돌멩이 하나만도 못한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세상이라는 숲은 한 그루의 소중한 나무가 서로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 나는 그 숲을 이루는 한 그루의 나무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의 역할은 축소된다. 그러나 나름대로 내가 최고로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만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산다면 열등감 때문에 행복하게 살기 힘들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 승리한 후 행복을 얻으려 한다면 더 부질없는 선택을 하는 셈이다. 스스로에게 최고의 삶을 살고 있다고 격려해 주자.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고, 오늘의 감사제목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잠시 후 이뤄질 일들도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일들임을 확신하자. 바로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