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 열정은 가득했지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질도 부족했고, 재정 형편도 어려웠다. 꿈 많은 20대 초반, 청파동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 좁은 방에 살면서 꿈 때문에 갈등만 하고 지냈던 시간들이 기억난다.
매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언덕길을 올라갈 때면 그 길이 마치 내 인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며 내일은 저 밝은 도시 불빛처럼, 내 인생도 빛으로 가득 찰 것을 꿈꾸며 기도했었다.
중년이 된 지금, 인생의 중턱에 서서 지난 삶을 돌아본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어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했다. 독학하며 어렵게 한 계단씩 오르며 숨 가쁜 인생을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꿈들을 40대 중반에 성취했다. 하나하나 짚어 보니 젊은 날 꿈꾸며 기도했던 모든 게 다 이뤄져 있다.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 감사하기만 하다.
여기까지는 성공이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와 황무지 같았던 인생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런 인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순전히 내 기준으로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성과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한없이 보잘것없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인생이 갖는 특별함 때문에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성공을 평가하고 싶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인정은 내 삶에 긍지를 갖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50대에 들어선 지금,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살 건데?’라는 질문이 생겼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나 홀로 이뤄낸 것은 거의 없다. 내 열정이 관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세상이 고맙고, 기꺼이 내게 힘이 돼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이제 저마다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도록 마음과 생각을 챙겨 주고, 위로와 공감으로 다독여 주며, 힘들고 어려울 때 같이 울어 주고 용기를 불어 넣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공유하며 더불어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
열정은 관록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열정을 갖게 만들며, 또 다른 차원의 관록을 갖게 만든다. 인생은 나이 들수록 더 즐거워져야 한다. 지치고 지겨운 인생이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채워 간다면 우리는 평생 젊은이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