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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처럼 편안한 사람이 없다. ‘친구’라는 두 글자만 생각해도 마음이 행복해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푸근함이 느껴진다. 단거리 선수가 전력 질주하듯 분주하게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 뒤로, 어느 날 문득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가족도 있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럴 즈음 고향에 강의하러 가게 됐다. 그때 연락된 친구들을 통해 다른 친구의 소식도 듣게 되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많은 친구들과 반가운 만남이 시작됐다. 그 기분은 마치 숨겨놓은 보물 상자 하나를 발견한 것 같았다.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바로 만날 수는 없지만 서로의 사진을 보며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 속에서 세월을 읽고 살아온 흔적을 읽으며 마음을 나눴다. “친구야, 반갑다. 잘 지냈냐?”라는 말 한마디로 기나긴 세월의 간극을 훌쩍 뛰어넘게 됐다. ‘친구가 주는 행복이 이런 거구나’라는 행복을 경험하게 됐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감정을 억제하도록 교육받았고, 친구도 경쟁관계로 바라보며, 독립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남자를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생각하기에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거의 없다. 미국 테일러대학의 총장이었던 제이 케슬러는 소원 중 하나가 “내가 죽으면 만사 제쳐 두고 장례식에 참석해 줄 친구를 적어도 여덟 명 정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려서는 부모와 모든 것들을 의논하며 지내지만,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대부분 친구들과 나누며 성장한다. 나이 들수록 친구는 매우 소중한 존재다. 때로는 가족보다 더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고, 마음을 열어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사회적인 관계나 이해타산을 초월해 생각하는 관계다. 가족 이상의 교감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내하며 살아야 할 일이 많은 것이 요즘 세상이다. 그런 순간마다 마음을 지켜 줄 친구 같은 배우자와 망설임 없이 힘든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는 편한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생이 즐거워질 것이다.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내 배우자와 가족이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친구인지, 마음 풀어 놓고 함께 울고 웃을 친구가 있는지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