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아버지들은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아버지가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와 주시면 아직도 안기고 싶고 아버지의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들이다. 비록 나이 들어 이미 청년이 된 자녀들을 두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우리 아버지의 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마음 깊이 숨어 있는 사랑을 서로에게 전하는 것이 어렵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눈물 흘리는 것이 한국의 중년 남성들이다.
몇 차례 국가고시를 실패한 아들과 여행을 다녀온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아들은 온 가족이 여행을 가는 줄 알았다가 여행 떠나기 전날에서야 아버지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을 알고 안절부절못했다. 하지만 여행은 시작됐고 어색하기만 하던 여행이 둘만의 이야기로 채워지며, 아버지와 아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마무리됐다. 아들의 인생에 도움을 주고 싶어도 정작 친밀한 관계를 갖지 못했던 아버지가 이제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까지 진전된 것이다.
아버지들은 자녀들에게 이해받고 존경받고 싶어 한다. 자녀들이 우리를 원하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아버지를 그리워하지만 먼저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버지를 모시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수행이 아닌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보자.
아버지의 자리를 떠나 아들로서 아버지와 단둘이 한 방에서 잠을 자고, 같이 목욕도 하고, 손을 잡으면서 길을 걸어 보자. 아버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감사와 존경을 전하자. 아버지께 용서받아야 할 일이나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우리가 우리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해결하고 친밀감 있는 관계를 세워갈 때, 우리는 그제야 좋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시도해 볼 준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