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45평 아파트를 장만한 한 중년 남자가 입주 첫날 발견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단다. 그 넓은 아파트에 자신의 공간은 안방 침대 반쪽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집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지 자신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단다.
과연 그럴까? 집의 모든 공간은 가족 모두가 공유한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이 남자는 늦은 저녁에야 집에 들어와 잠을 자는 침대 반쪽만이 자신의 공간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집에 들어와 잠을 자는 일 말고는 가족과 함께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죽어라 고생해서 침대 반쪽을 내 공간이라 여기며 살아야 하는 인생은 참혹하다.
남자들은 그동안 무식했다. 다른 것이 아니라 가족들에 대해 무식했고 무관심했다. 아내에 대해, 자녀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끼니 안 굶기고 공부시키면 되는 줄 알고 돈만 더 벌어 보려고 애썼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부부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할 때마다 물어본다. “아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그러면 남편들은 “그럭저럭 알고 있다”고 말한다. 몇 퍼센트나 알고 있냐고 물으면, “대충…”이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자녀들이 어떤 과목을 자신 있어 하고,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지 최소한의 것들도 모른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것들이니 무식하고 용감하게 자기 생각대로 사랑하고 껴안으려 하지만 가족들은 손사래를 치며 물러나는 것이다. 아내가 싫어하는 것으로 아내를 사랑할 수 없다. 자녀가 힘들어하는 것으로 자녀에게 기쁨을 줄 수도 없다.
남자는 가정에서 아버지로서 가족에게 사랑을 풍족하게 채워 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내 방식이 아닌 가족들이 행복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기 원한다면 가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그동안 아내가 즐거워했던 것들을 생각해 보자. 자녀들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기록해 보자. 그리고 자녀들에게는 아내에 대한 것을, 아내에게는 자녀들에 대한 것을 묻고 알아가자. 내가 가족들을 알아가고 그들에게 꼭 맞는 사랑으로 다가갈 때, 가족은 존경으로 다가와 우리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