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자들을 보면 나는 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싶어진다. 왜 남자들은 그렇게 맥없이 가정에서 밀려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가?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 있고, 아이들의 관심 순위에서도 한참 밀려나 있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된 이유도 있겠지만, 더 큰 원인은 남자들이 인생을 낭비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남자들은 과연 어떻게 인생을 낭비한 것일까?
첫째,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할 시간을 낭비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하고 있는가? 지금도 집에 들어가면 숟가락을 놓자마자 바둑판을 펼치거나 리모컨을 들고 소파에 널브러져 야구나 축구 중계를 보는 게 전부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틈만 나면 잠자기 일쑤다.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 그들만의 문화에 익숙한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출현은 낯설고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둘째, 가족에게 베풀어야 할 사랑을 낭비했다. 가부장적 권위주의로 의식화된 남편은 가족을 사랑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가족들은 마치 왕을 대하듯 자신을 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남자일수록 다른 사람에게는 더없이 자상하고 부드럽지만, 가정의 울타리에만 들어오면 목이 뻣뻣해져서 호통을 치는 사람으로 돌변한다.
셋째, 가족들과 함께 나눠야 할 삶의 가치를 낭비했다. 아버지가 삶의 가치들을 끊임없이 자녀들에게 나눠 줄 때 자녀들의 가슴에 아버지가 영원히 살게 되는데, 아이들이 다 자라자 이제는 할 말도 없고, 아이들도 아버지를 어려워해 대화가 없게 된다.
“한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하물며 아버지의 역할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주위에는 아버지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자라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가정의 아이들은 아버지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며, 올바른 가치관을 배울 기회도 없다.
건강한 생각과 올바른 가치관만큼 소중한 유산은 없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가족에게 베풀어야 할 사랑, 가족과 나눠야 할 삶의 가치를 낭비한 아버지라면 그는 유죄다. “가족을 위해 일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그동안 낭비한 시간과 사랑,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