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은 아래에 고정된 돌과 위에서 회전하는 두 개의 돌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윗돌이 회전할 수 있게 박아 놓은 손잡이가 바로 ‘어처구니’다. 이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황당하고 놀라운 모습들을 보면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바라보면 어처구니없을 때가 많다. 어떤 아버지는 자녀들이 자신을 어렵게 여길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만들어 간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자녀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자녀와 함께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기 때문이란다.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아버지 그 자체’인 것을 아버지들은 모른다.
얼마 전 강의를 마치고 밤 12시를 훨씬 넘겨 집에 도착하니 책상 위에 홍삼 드링크 한 병과 영양제가 리본에 묶여 있고 병모양의 카드가 있었다. 그 카드에는 “아빠 많이 힘드시죠?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입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아랫부분에 “힘내삼!”이라고 쓰여 있었다. 큰딸이 가족을 위해 수고하는 아빠를 생각하며 준비한 영양제였다. “자녀들은 사랑으로 가꾸고, 행복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평소 생각대로 아이들이 행복을 주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아 행복했다.
내가 피곤하다 싶으면 온갖 방법으로 안마를 해 주는 귀여운 막내딸, 아빠의 필요를 따라 걸어 다니는 리모컨처럼 움직여 주는 든든한 아들, 참으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이들이다. 며칠 전에는 서재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거실로 불러냈다. 나가 보니 치즈를 고구마에 얹어 오븐에 구운 아주 특별한 간식과 토마토 주스를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는 우리 부부만을 위한 개그파티가 열렸다. 간식을 먹으며 공연에 흠뻑 취해 행복을 만끽했다.
‘어려서 아이들과 함께 놀았더니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데리고 놀아 주는구나.’ 어느 새 아이들이 성장해 아빠 엄마의 소중함을 알고 부모를 위한 행복 이벤트를 열어 주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들에게 ‘어처구니 같은 아버지’가 됐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손이 뜨거울 정도의 박수로 보답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보답했다. 자신들의 사랑이 받아들여졌음을 확인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