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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내 인생 여행 가방을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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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이없는 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몇 년 전 인도네시아로 강의 차 출국하던 날, 검색대 앞에서 난처하고 난감한 일을 경험했다. 마침 비행기 탑승시간 전까지 강의 일정이 있어서 마치자마자 서둘러 왔는데 그만 노트북을 두고 온 것이다. 그 안에 강의 자료들을 다 저장해 뒀으니 이보다 더 큰 낭패가 없었다. 다음 비행기로 가면 강의 일정이 다 틀어지기 때문에 어떤 선택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없었다.
검색대 앞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봤다. 다행히 바로 답이 나왔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노트북에 있는 자료들을 외장하드에 백업해 뒀던 것이다. 급히 인도네시아에 전화해서 노트북을 부탁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사실 무거운 노트북은 어딜 가나 내 필수품이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노트북 없이 시간을 보내니 약간은 불편하지만 인생은 훨씬 가벼워졌다. 노트북 앞에 있을 시간에 생각을 하게 되고, 책을 더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강의를 위해 챙겨 온 여행 가방 속 짐들도 다시 펼쳐 보면서 생각을 정리해 봤다. 이 중에 없어도 될 것들은 무엇일까? 이것저것 살펴보니 3분의 1 정도는 안 가져와도 될 것들이었다. 좀 더 편안하기 위해 챙긴 모든 짐들은 결국 오고 가는 여행길을 고달프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단순해져야 한다. 집을 가득 채운 살림 중 쓰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고, 책꽂이에 빼곡한 책들도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가까운 도서관에 기증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나눔이 필요하다. 좋은 것들이지만 내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 가치를 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꼭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
‘가방 다시 꾸리기 운동’을 펼치는 샤피로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가방 안에 있는 짐들에 대해 “이 모든 짐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가?”라는 질문을 해 보도록 제안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하는 짐들을 정리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들로 채워 넣는 새로운 가방을 꾸릴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꼭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야말로 인생의 여행 가방을 정리하는 최고의 기준이다. 이제 남은 긴 여행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내 인생 여행 가방을 정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