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5년 03월

왕따가 아닌 왕이 돼라

과월호 보기

남자들은 두려움에 떨며 산다. 직장에서 쫓겨날까 두렵고, 아내가 등 돌릴까 두렵고, 자녀들이 외면할까 두렵다.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이런 두려움에 떠는 자기자신이다. 남자들에게 친구처럼 편안한 가족은 누구일까?
휴일에 아들 방에 들어갔다 나온 한 아버지의 얼굴에는 민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모처럼 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아들은 컴퓨터 모니터와 문제집만 번갈아 볼 뿐 자신에게 눈길 한 번,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와 버렸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는 아들을 불러내어 거실 소파에 마주 앉았다. “너 요즘 학교생활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조 차장님, 회사생활은 어떠세요?”라고 되묻는다. 아버지는 순간 당황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서로 잘 지내자고 이야기하고 그 자리를 일어섰다고 한다.
남자들은 집과 회사를 구분 못할 때가 있다. 모처럼 자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가도 어느새 회의 분위기로 방향이 선회하고 만다. 학습 태도는 어떤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효과적인 학습 대안은 무엇인지…. 마지막 한 마디 “또 다른 건의사항 없나?”라고 말하면 완벽한 회의가 된다.
자녀들은 아버지와 장난칠 때, 엄마에게 혼났거나 우울한 자신을 달래줄 때, 자기 전 침대에서 대화해 줄 때 아버지가 친구처럼 느껴진단다. 물론 퇴근해 집에 들어갔을 때 자녀의 방문은 닫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음 문만은 열려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집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고 사랑받는 ‘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가 항상 홈런만 칠 수는 없다. 방망이를 자주 휘둘러 부지런히 공을 맞히다 보면 3루타도, 홈런도 칠 수 있게 된다. 자녀들이 언제든 뒤돌아보면 웃으며 격려하고, 가능하다면 언제나 함께해 줄 수 있는 아빠의 자리를 지키자. 얼굴만 마주봐도 행복한 가족이 있는 마흔 이후의 인생이라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인생은 더욱더 즐거워질 것이다. 자녀들과 함께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친구 같은 아버지, 프렌디(Friend+Daddy)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