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자전거야말로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력을 가진 운송 수단이었다. 바람을 가르며 소위 신작로(큰길)를 달릴 때 느꼈던 상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집에는 자전거가 없었다. 옆집 형의 아버지가 잠시 외출을 나가시는 날,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는 행운이 어렵게 찾아오곤 했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면서 짜릿할 정도로 흥분된 순간들이 있었다. 특히 보름달이 뜬 여름날 밤에 달리는 기분은 입에 담기도 힘들다. 또 하나의 짜릿한 기분은 운동장 코너를 돌면서 경험했던 일이다. 내가 타고 있던 자전거는 짐을 싣고 나르는 무거운 자전거였다. 코너를 돌면서 자전거와 일체된 채 넘어질 듯 말 듯 ‘절대 기울기’를 경험하는 그 순간의 기쁨이란…. 만일 넘어질까 두려워 몸을 세우거나 갑작스럽게 속도를 늦췄다면 아마 그대로 내동댕이쳐졌을 것이다. 달리는 자전거는 커브 길에서 잔뜩 기울어져도 쓰러지지 않았다.
요즘은 꿈의 속도를 생각한다. 지난해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시도했다가 요즘 다시 힘을 내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 부푼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이런저런 염려들과 장애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벅찬 일들이었고 마음속에 쌓이는 염려와 두려움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시작과 상관없는 제자리걸음이 된 것이다. 달리고 싶어 탔던 자전거에서 내리는 순간, 멈춰진 자전거가 마치 쓰러져 있는 자전거처럼 보였다.
꿈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꿈의 내용을 명확하게 세워가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은 마치 날마다 생각의 건전지를 충전하는 것과 같다. 꿈의 내용이 정확할수록 꿈의 방향을 따라 정확한 인생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한 꿈의 조감도가 필요하다. 작은 것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달려가다가 멈춰서야 할 순간과 계속 달려갈 수 있도록 재충전을 위한 쉼의 순간을 알고 있어야 한다.
꿈을 이루는 것은 내가 누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려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말씀 묵상과 기도라는 자기 점검의 시간이 필요하다. 서둘러 이루고 싶은 욕망이 꿈을 망칠 수도 있고, 꿈을 이룬 후 정작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나부터 꿈꾸는 삶을 살고 싶다면 내 인생이 넘어지지 않도록 꿈의 속도를 조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