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내가 가야 할 방향을 향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되돌아오는 경우도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되돌아가지만 지금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은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다 갖고 있다.
길을 가는 사람은 길을 살피면서 걷는다. 목표 지점을 향해 달려가지만 가끔은 뒤를 돌아보면서 내가 걸어온 길을 살피기도 하고, 잠시 앉아서 아픈 다리를 주무르고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바쁘다고 무작정 앞만 보고 가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길을 살피듯 살펴야 하는 것이 내 인생이다. 인생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정과 가족, 일과 직장 말이다. 물론 인생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 만난 한 남성은 자신의 인생이 일찍 완성됐다고 했다. 20대에 박사 학위를 받고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결혼도 바로 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잘 살아온 인생처럼 보였다. 그러나 50대 중반의 지금은 병들었고, 가족관계는 무너졌다. 자신의 인생에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리 문제투성이 인생이 됐는지 곰곰이 생각했더니 살펴야 할 것들을 살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일찍 살폈어야 했다. 자신의 인생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연들을 살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인생 드라마의 주연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고 했다. 목표 지점에는 도달했는데 아내도 자녀들도 주변에 없다면서 허탈해 했다.
남자들은 멀리 가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길을 살피지도 않고,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살피지 않는다. 내가 걷고 있는 길에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지, 어떤 꽃들이 피어 있는지, 내가 건너가야 할 계곡은 어디쯤 있는지,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은 누군지 살펴보자. 나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어 하지는 않는지, 그동안 수고한 일들에 대해 제대로 격려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인생길을 걸으면서 살펴야 할 수많은 것들 중에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인생길,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한 인생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