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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궁금했다. ‘하나님은 왜 연약한 줄기에 무거운 호박을 달고, 튼튼한 참나무에는 가벼운 도토리를 달아 놓으셨을까?’ 며칠 뒤 참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는데 무언가 이마에 떨어져 잠을 깼다. 도토리였다. 순간, 깨달음이 왔다. ‘휴~ 호박이었으면….’
하나님은 자연 속에 당신의 품성을 새겨 놓으셨다. 주님의 성품 중 ‘배려’는 공기와 비슷하다. 늘 주위를 감싸고 있지만,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배려가 사라지면 재앙이 된다.
두리안이라는 열대 과일은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겼고, 냄새도 지독하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맛이 환상적이다. 이 과일은 30미터 높이의 나무에서 자라는데, 익으면 꼭 밤 2시경 아무도 없을 때 떨어진다. 혹시라도 누군가 다칠 것을 염려하신 하나님의 배려다.
하나님의 최고의 작품은 인체다. 그중에서도 임신과 출산은 신비의 극치다. 여성의 자궁은 주먹만 하다. 하지만 임신을 하면 태아를 위해 척추, 방광, 창자, 위는 저절로 움츠러든다. 열 달 후, 연약한 태아가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곳에는 태반이라는 완벽한 무균실도, 양수라는 안전한 보호막도 없다, 아주 조금씩 자궁이 열리면 좁고, 컴컴하고, 주름져 있으며, 세균으로 가득 찬 산도를 지나야 한다. 이제 더 이상 탯줄에 의지해 호흡할 수 없다. 폐를 통해 스스로 호흡을 해야 한다. 엄마와도 떨어져야 한다. 이 모두를 혼자 치러내야 한다. 그러나 사실, 혼자가 아니었다.
출산 직전이 되면 인체는 자체적으로 지방층을 만들어낸다. 몸이 불어나면서 피부도 부드러워진다. 뇌는 자궁을 통해 나오기 위해 골반 넓이에 맞게 크기를 조정한다. 몸을 돌려서 어깨에 맞는 공간을 확보한다. 아드레날린 분비는 평균을 훨씬 넘어서고, 심장은 전에 없이 빠르게 뛴다. 덕분에 태아는 힘찬 몸짓을 시작한다. 엄마의 산도를 통과하면서 세균샤워를 당한다. 1차 예방접촉이었다. 덕분에 면역체계가 형성된다. 이 모두는 하나님의 지원사격이다.
이 긴박한 순간에도 태아는 엄마를 배려한다. 검지, 중지, 약지, 소지가 엄지를 덮는다. 뱃속에서 자라난 날카로운 손톱이 엄마의 산도를 할퀼까봐 염려한 배려다. 우연일까? 배려는 우연이 아니다. 익명으로 남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다. 이런 하나님의 성품으로 채워진 곳, 그곳을 우리는 가정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