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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죽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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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의 폐암 말기 환자와 호스피스 봉사자 간 대화다.
환자가 질문했다. “내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요?”
봉사자가 답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세요?”
환자는 “죽으면 끝이잖아요”라고 말한 후, 눈물을 흘렸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이뤄 놓은 거라고는 자식밖에 없어요. 죽도록 고생해서 겨우 전셋집 한 칸 장만했는데….”
봉사자는 공감했다. “그래요, 그동안 고생한 것 생각하면, 억울하시죠?”
환자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희망이 없잖아요. 죽은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고 끝이라는데, 정말 그래요? 평생 잘한 일이라곤 없는데, 진짜 지옥이 있으면… 무서워요.”
그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몹시 궁금해 했다. 동시에 지옥을 두려워했다.
비그리스도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다. 교회 요청으로 천국준비교실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만난다. 예수를 믿지 않아서가 아니다. 부활과 천국에 대한 소망이 없어서다. 죽음에 대한 준비를 못했기 때문이다.
고(故) 이중표 목사님은 ‘별세신학’의 주창자였다. “죽어야 산다”는 것이다. 짧지만 강력한 이 말은 부활신앙의 회복을 촉구했다. 천국에 대한 소망을 불러일으켰다.
남편은 이를 김장에 비유했다. 배추도 적어도 여섯 번 죽어야 살아난다. 첫째, 배추밭에서 뽑힐 때 한 번 죽는다. 둘째, 칼로 통배추를 가를 때 또 한 번 죽는다. 셋째, 소금에 절일 때 죽는다. 이때 제대로 죽지 않으면 겉절이밖에 안된다. 넷째, 매운 고춧가루와 마늘, 양파, 생강, 젓갈 등 온갖 양념에 버무려질 때 죽는다. 다섯째, 씹힐 때 죽는다. 여섯째, 뱃속에서 분해되면서 또 죽는다.
이렇게 완전히 죽고 나면 영양소로 다시 살아나 우리를 살려 놓는다. 죽어야 사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천국 종착역에 이르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출입문이다.
이미 복음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노래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부활의 주님이 기다리는 곳, 천국의 소망이 이뤄진 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후회없는 인생 살았노라”라고 고백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