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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아빠의 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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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감사편지를 써서 전달하라고 남편이 아들에게 과제를 줬다. 아들이 안 한듯해서 남편이 물었더니 했다고 한다. 다시 물었다. “너 진짜로 전달했니?”
아들이 고개를 푹 떨군 채 침묵한다.
“너 정직해야 돼. 했어, 안 했어?”
아들이 그제야 답한다. “사실은 못 했어요.”
“아빠가 너한테 여러 번 얘기했지? 근데 너는 여러 번 아빠를 속였어.”
“네.”
“말을 해도 안 들으면 어떻게 하면 좋겠니?”
“제가 매를 맞아야죠.”
“그래, 아빠도 말로 해서 들으면 참 좋은데 그게 안 되니 매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
남편은 엄하게 말했다. “네가 매를 준비해라.”
아이가 회초리를 준비해 왔다. 엎드리라고 말한 다음 엉덩이를 매몰차게 때렸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매를 내려놓은 남편은 아이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으며 슬프게 말했다.
“찬아, 너만 잘못한 게 아니라 아빠도 똑같이 잘못했다. 네가 맞은 만큼 아빠도 매를 맞아야겠다. 아빠를 때려라. 아빠가 옷을 벗은 것은 더 아프게 매를 맞기 위해서야.”
아들은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 제발….”
“아니다. 그러면 네가 다시 더 맞아야 된다.”
아빠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음을 안 아들은 매를 들고 내리치는 시늉을 하더니 매를 확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펑펑 울었다. 
다음 날 아침, 아들은 다가와 아빠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아빠, 감사해요.”
남편도 아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사랑한다. 아빠는 아들을 새로 얻은 것 같구나.”
아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얻었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
아들은 이 교훈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회초리 소리, 따끔거리는 통증, 엄한 아버지의 표정, 아빠를 때려야만 했던 처절한 고통을. 그 교훈은 근육 속에, 세포 속에, 핏줄 속에 새겨져서 삶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스스로를 향한 남편의 매질은 자식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