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지 6개월 만에 결혼을 약속한 진수와 지애. 2달 후면 결혼식이다. 진수는 혼수품은 간단하게, 결혼식은 간소하게 치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애는 일생에 한 번뿐이니까 남 보란 듯이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르고 싶다. 지애는 진수의 제안과는 상관없이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쁘다. 진수는 자신의 의견이 무시된 것 같아서 한마디 한다.
“아직 결혼식까지 두 달이나 남았어, 뭘 그렇게 서둘러?” 지애는 그 말이 서운하다. 도와주든지, 아니면 혼자 수고하게 해 미안하다 하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진수가 무심해 보이기만 한다. 그래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진수의 자존감을 건드린다. “네 돈 쓰니? 우리 엄마 돈 쓰잖아! 답답하면 네가 준비해!” 결국 그날 둘은 대판 싸웠다.
한창 행복할 것 같은 예비 신랑신부들! 30분의 결혼식이 30년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데도 결혼식에 올인하느라 정작 결혼 당사자들은 얼굴 볼 시간조차 없다. 이러니 혼수 장만하느라 혼수상태에 빠져 결혼식을 치른다.
하이패밀리 결혼예비학교는 영적 혼수감을 마련하는 자리다. 품목은 다양하다. 하나님의 결혼설계도, 대화법, 갈등관리능력, 성격 차, 결혼식 준비, 재정관리 등. 그중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혼수품이 있다. 바로 이 구절이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라”(롬 7:24).
첫 만남에서 데이트를 거쳐 결혼에 골인할 즈음이면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 찬 탱크가 슬슬 고갈되기 시작한다. 그 자리에 사람이 남는다. 진짜 모습이 보인다. 명랑함은 시끄러움으로, 세심함은 쫀쫀함으로, 열정은 성급함으로, 과묵함은 답답함으로, 친절함은 바람기로, 절약은 낭만 없음이 된다. 실망한다. 그러다 공격한다. ‘사람’이 변했다 했다가 ‘사랑’이 식었다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면 사랑이 회복될 것이라 여긴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또 다시 공격한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강점이 있으면 약점이 있다, 강점만 있거나 약점만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사람 속에 있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사랑이란 약점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 속에도 똑같이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랑과 신부가 동시에 고백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겸손함으로 치장한 웨딩드레스는 진짜 사랑으로 빛난다. 5월 결혼 시즌에 만나고픈 신랑 신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