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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힘이 빠질 때가 있다. 어느 날 아침 거울 속에 주름살투성이의 낯설고 꺼칠한 얼굴과 마주하고 있을 때, 동갑내기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보다 성공한 것을 발견했을 때, 자식 유학 보내고 죽을힘을 다해 뒷바라지했는데 유학 한 번 안 보낸 친구 아들이 더 잘나갈 때, 암으로 먼저 떠난 친구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을 때, 구조조정을 겨우 피했는데 월급 줄었다고 아내가 잔소리할 때, 야근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왔는데 불 꺼진 거실에서 강아지가 맞이할 때, 한 달 내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만 식탁에 올라올 때, 며칠 동안 고르고 고른 선물을 전달했더니 마음에 안 든다며 바꿔오라 할 때….
이럴 때 남자들은 힘이 빠진다. 힘이 들어도 상처 입은 사자처럼 위엄을 지키느라 홀로 괴로워한다. 속 좁다는 소리 들을까봐 혼자 삼키며 견뎌낸다. 추워도 안 추운 척,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외로워도 씩씩한 척 “괜찮아”를 연발하면서 말이다.
최근에 가슴 찡한 감동을 준 모 제약회사의 광고다.
“야근쯤이야 괜찮아. 결리는 것쯤이야 괜찮아. 라면으로 때우는 것쯤이야 괜찮아. 속 아픈 것쯤이야 괜찮아. 잠 못 자는 것쯤이야 괜찮아. 주말에 일하는 것쯤이야 괜찮아. 자존심 굽히는 것쯤이야 괜찮아. 외로운 것쯤이야 괜찮아. 평생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하는 것쯤이야 괜찮아. 아빠니까 괜찮아. 힘들어도 피곤해도 아빠니까 괜찮다는 사람. 아버지, 당신을 응원합니다.”
아내는 ‘집안의 해’라는 뜻이다. ‘안해, 안해’ 하다 보니 ‘아내’가 됐다. 아내행복교실 4과에 남편을 위한 서프라이즈 파티 꾸미기가 있다. 자녀들과 함께 남편만을 위한 치어걸, 치어리더가 되는 것이다. 머리를 고무줄로 장식한다. 알록달록 풍선도 달고, 맛있는 음식도 준비한다. 케이크와 양초도 켠다. 남편이 도착할 시간에 모두 현관문 앞에서 도열한다. 현관문 여는 소리와 함께 축포가 터진다. 직접 안무한 움직임과 함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힘~~내세요. 아빠!”
눈물을 글썽이며 아내와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또 다짐한다. “그래, 얘들아! 여보! 힘낼게!” 일평생 단 한 번의 이벤트에 남편은 정말 괜찮아진다. 남편을 일어서게 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