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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모자람과 채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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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의 하소연이다.
“남자들은 왜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죠? 반찬 차려 놓으면 뚜껑 열어 놓은 것만 먹고 있다니까요. 그리고 애 좀 봐 달라 하면 가만 앉아서 애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또 물건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못 찾아요. 일부러 그러는 거 맞죠? 옆집 여자 말은 잘 들으면서 내 말은 절대 안 들어요. 아파 누워 있는데도 밥 차려 달라질 않나, 한참 자는데 물 달라고 깨우질 않나, 왜 남자들은 매번 똑같은 것을 몇 번이고 말해 줘야 하는 거죠? 며칠 전에는 교통사고가 났는데 내가 아니라 차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부터 묻더라구요. 집안일을 도와주려면 알아서 좀 하면 안 돼요? 어떻게 하나하나 말해 줘야 하냐구요? 차라리 혼자 하고 말지!”
남편들도 질세라 반박한다.
“여자들은 왜 했던 말을 하고 또 해요?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쓸데없는 말을. 변기 뚜껑은 왜 꼭 내려놓을까요? 그리고 날마다 자기와 놀아 달래요. 돈은 언제 벌고, 집은 언제 장만하라고? 여자들은 왜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시시콜콜 다 알기를 원하죠? 싸우다가 미안하다 사과하는데도 또 따져요. 뭐가 미안한 줄 아냐구요. 그리고 드라마는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여자들은 왜 잘나가는 남자만 보면 비교하는 거죠? 옆집 남편은 연봉이 어떻다느니, 그 집이 휴가를 어디로 다녀왔다느니 등등. 왜 이렇게 여자들은 시끄러울까요? 외출준비에 시간은 또 왜 그렇게 많이 걸릴까요?”
서로 뒤질세라 모자람을 고자질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즉, 둘 다 미성숙하다. 그리고 부족하다. 사랑이 때때로 위대해지는 건 완전해질 때가 아니라 서로 불완전한 걸 당연한 걸로 받아들일 때다. 결혼은 미완성과 미완성이 만나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남편과 아내가 모두 같은 처지니 고자질할 입장이 못 된다. 자기도 부족한데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하겠는가? 고자질할 거리가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배우자가 있어야 할 이유다. 자랑거리밖에 없으면 왜 배우자가 있어야 하는가? 이러니 서로의 부족을 긍휼히 여기며, 그 부족함을 채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자질거리는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바로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오늘도 나를 남편으로, 아내로 부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