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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이보라 성도(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오랜만에 친척 동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동생은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를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스도인임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타협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미래를 의존하며 아등바등 사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하는 동생을 보면서, 현시대의 수많은 기독교 청년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오래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학부 졸업 후 입사한 첫 회사에서 상사의 지시를 따르고, 지침에 맞게 행동하며, 모든 동료에게 인정받기 위해 정말 큰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당시 나는 친구들에게 “노력하면 안될 것이 없어. 무엇이든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어”라고 교만하게 조언하며 까마득하게 하나님을 잊고 있었다.
갓 29세를 넘기던 해, 하나님께서는 내 삶의 터전을 한번에 거둬 가셨다. 일자리와 거주할 곳을 잃게 하시고, 친구들과 회사 동료, 경제력까지 한번에 쓸어 가셨다. 잃은 것들을 다시 찾으려고 힘을 쓸수록 내 몸과 마음은 녹초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나’를 보게 됐다. 나를 지탱하던 세상의 모든 것들이 무너진 후, 내가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때가 되니 비로소 하나님이 보이기 시작했다. 4대째 기독교 가정에서 사역자의 자녀로 태어나 늘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자랐으나, 서른이 훌쩍 넘고 나서야 처음으로 하나님을 찾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하나님께서는 내가 하나님을 망각하고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해 보려는 마음을 먹을 때면, 가차 없이 말씀을 통해 그리고 삶 가운데 발생하는 크고 작은 상황들을 통해 내 힘을 완전히 빼놓으신다. 내 힘을 빼시는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게 됐기 때문이다.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간증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나누게 하시니 감사하다. 하나님만 의지하고 따를 때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고, 우리 삶을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심을 믿기로 다짐하며 친척 동생과의 만남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