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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안승훈 목사(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둘째 아이는 한동안 이름 없이 지냈다. 첫째의 이름은 아내가 수술실에서 대기할 때 지었다. 순산을 위해 기도하다가 요한복음 1장 14절의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는 말씀을 보게 됐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아이의 이름을 정하고 아내에게 동의를 얻었다. 그래서 첫째는 태어나던 순간부터 제 이름으로 불렸다.
그런데 둘째의 출산을 준비하며 지어 본 여러 후보 중 아내가 흔쾌히 동의하는 이름이 없었다. 아내에게는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다른 이름이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정한 이름만을 고집하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첫째에게 말씀으로 이름을 지어 줬으니 둘째도 가능하면 말씀에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내는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둘째는 출산 후에도 며칠 동안 태명으로 불렸다.
시간이 흘러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하고, 드디어 출생 신고 날짜가 다가왔다. 여전히 이름이 정해지지 않아 우리 부부는 초조해졌다. 심지어 아이 이름 때문에 언쟁까지 일어났다. 결국 첫째 이름을 내가 지었으니 둘째는 아내 뜻대로 하라고 말한 후 일단락됐다. 그러나 첫째 때만큼 둘 다 기뻐할 수 있는 이름을 짓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출산의 소식을 전한 몇몇 공동체에 아이의 이름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렸다.
다음 날 새벽잠에서 깬 아내는 둘째 아이 이름을 위해 짧게 기도하던 중 갑자기 그동안 말씀과 연결해 제안했던 이름 중 하나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기쁨에 찬 우리 부부는 함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아내에게 공동체모임에 기도 부탁을 했다고 말했더니, 아내는 많은 분의 중보기도가 자신에게 전해진 것 같다고 고백했다.
둘째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는데, 결국 둘째의 이름도 말씀과 기도로 정할 수 있게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린다. 앞으로도 두 아이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면서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삶을 살도록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