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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신진호 집사(서울시 서초구 서초3동)
작년 여름 아이들이 있는 뉴질랜드로의 휴가를 앞둔 나는,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해 오던 사업장에서 우리 회사와의 계약을 파기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계약 파기도 큰 충격이었지만, 상대 회사 관계자들의 거짓말과 핑계, 책임을 미루는 모습에서 배신감마저 들었다. 회사의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소화 불량과 불면증, 피부 질환 등 여러 증상이 생겼다. 그런 상황 속에서 뉴질랜드로 향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고 반가운 아내와 아들들을 만나고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가정예배를 드리는 동안에도 난 정신이 나가 있었다. 어떻게 드렸는지 모를 예배를 마치고 마무리기도를 할 때였다.
그때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아빠를 예배와 기도와 찬양으로 회복시켜 주세요. 무엇보다 아빠가 주님과 만나는 기도의 자리에 앉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모든 문제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는데, 기도는 하지 않은 채 근심과 염려로만 가득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사실 이번에 정리된 사업장은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너무 힘겨워서, 다른 큰 회사가 인수하길 바라던 곳이었다. 따라서 계약 파기는 하나님께 몇 년 전에 드렸던 기도에 대한 응답이었다. 그런데 나는 상대 측의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만 문제를 대하고 있었다. 또한 10년 넘게 고생한 일에 대해 보상을 바라는 욕심도 있었다.
아들의 기도를 통해 나는 참모습을 깨닫고 회개하며 기도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 회사와 9개월간의 어려운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합의를 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무거운 삶의 짐이 나를 누를 때 은혜를 주시며, 연약할 때 힘을, 시련 중에 평안함을 주셨다. 또한 내 힘으로는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드디어 하나님의 도우심이 시작됨을 알게 하셨다. 시련과 어려움이 있을 때 환경이 아니라 주님만 바라보는 삶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