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20년 12월

나를 기다려 주시는 하나님

과월호 보기 김이영 성도(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20대 시절, 당시 대학부를 담당하시던 목사님이 아프리카선교사로 가게 됐다. 목사님이 떠나기 전날 청년들과 교인들이 모여, 목사님의 사역과 아프리카를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그날 나는 참 많이 울었다. 존경하고 좋아하던 목사님을 자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펐고, 목사님이 그곳에서 고생하실 생각을 하니 마음도 아팠다.
그런데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지만, 그날 기도회에서 흘린 나의 눈물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사실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도 아프리카로 가라고 하실까 봐 두려웠다. 그날 이후 나는 한 가지를 결심했다. 나는 선교사로 나갈 용기가 없으니 ‘보내는 선교’를 해야겠다고 말이다. 이후 나는 그 실천으로 작게나마 선교헌금과 후원을 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점차 ‘가는 선교’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어느 날, 주님은 내게 선교에 대해 제안하셨다. 물론 20대에 두려워했던 아프리카선교는 아니었다. 그러나 진짜 땅끝, 나의 날 것들이 다 드러나는 일터선교사로 부르신 것이다. ‘하나님, 직장에서 제 모습 잘 아시잖아요. 다른 사람 부르시면 좋겠어요. 저는 아니에요’라며 거절도 해 봤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직장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보여 주셨다.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세워진 직장에서 예배가 폐해지고, 신우회와 의료선교가 사라진 현재의 모습을 하나님께서는 가슴 아파하셨다. 그래서 순종하는 마음으로 ‘3기 일터선교사 아카데미’의 1년 과정을 마치고 수료했다.
기도하면서 1년을 훈련받았지만, 수료 후 내 모습은 여전히 누추하고 부족한 것 투성이다.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출근 후 홀로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이 시간들이 직장 내 예배가 회복되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 작은 일이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 귀한 사역에 겁 많은 나를 사용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부르심의 은혜를 기억하며, 직장 안에 속히 예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