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20년 12월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작은 천국

과월호 보기 김정선 성도(서울시 서초구 서초4동)

 강원도 산골로 국내선교를 갔을 때의 일이다. 노방전도를 위해 팀원들과 떨어져 걷던 중, 작은 풀꽃 앞에서 걸음을 멈춘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전날 밤을 새며 외운 사영리를 전하고 싶어 용기를 내어 입을 뗐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꽃은 무슨 꽃인가요?”
낯선 사람이 갑자기 건넨 인사에도 배시시 옅은 미소를 지어 주신 아주머니는 말이 없었다. 당황하지 않으려 애쓰며 침착하게 이런저런 말을 건넸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게 됐다. 그분은 청각 장애를 가지고 계셨다.
깜짝 놀라 얼어붙은 내게 그분은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고 가만히 손짓을 하셨다. 따라오라고 하시는 것 같아 그분의 뒤를 따라 스무 발짝 정도 걸으니 금세 집 한 채가 나왔다. 대낮임에도 어둑한 집안으로 들어가니, 할머니 한 분과 세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받고, 자연스럽게 할머니와 손자들 틈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할머니와 세 명의 손자들은 열심히 교회에 다녔는데, 할머니가 다리를 다친 후로는 거동이 불편해, 목사님이 차로 데리러 와야만 교회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어 답답하던 차에, 이렇게 귀한 손님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시는 할머니께 더듬더듬 사영리를 읽어 드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내가, 그날 가족에게는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귀한 손님이 됐다. 그리고 한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아주머니와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는 아이들이 있는 그 집은, 내게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신 천국이 됐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우리를 찾아오셨다. 그리고 찬물 한 컵을 사이에 두고 깜빡이는 전구 아래 우두커니 모인 우리 곁에 앉으셔서, 약한 자들의 별것 없는 일상 속에 풀꽃 같은 감동을 심어 주셨다. 그날의 깊은 감동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참 감사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