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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김정선 성도(서울시 서초구 서초4동)
강원도 산골로 국내선교를 갔을 때의 일이다. 노방전도를 위해 팀원들과 떨어져 걷던 중, 작은 풀꽃 앞에서 걸음을 멈춘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다. 전날 밤을 새며 외운 사영리를 전하고 싶어 용기를 내어 입을 뗐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꽃은 무슨 꽃인가요?”
낯선 사람이 갑자기 건넨 인사에도 배시시 옅은 미소를 지어 주신 아주머니는 말이 없었다. 당황하지 않으려 애쓰며 침착하게 이런저런 말을 건넸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게 됐다. 그분은 청각 장애를 가지고 계셨다.
깜짝 놀라 얼어붙은 내게 그분은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고 가만히 손짓을 하셨다. 따라오라고 하시는 것 같아 그분의 뒤를 따라 스무 발짝 정도 걸으니 금세 집 한 채가 나왔다. 대낮임에도 어둑한 집안으로 들어가니, 할머니 한 분과 세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시원한 물 한 잔을 건네받고, 자연스럽게 할머니와 손자들 틈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할머니와 세 명의 손자들은 열심히 교회에 다녔는데, 할머니가 다리를 다친 후로는 거동이 불편해, 목사님이 차로 데리러 와야만 교회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어 답답하던 차에, 이렇게 귀한 손님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따뜻하게 손을 잡아 주시는 할머니께 더듬더듬 사영리를 읽어 드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내가, 그날 가족에게는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귀한 손님이 됐다. 그리고 한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아주머니와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는 아이들이 있는 그 집은, 내게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신 천국이 됐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우리를 찾아오셨다. 그리고 찬물 한 컵을 사이에 두고 깜빡이는 전구 아래 우두커니 모인 우리 곁에 앉으셔서, 약한 자들의 별것 없는 일상 속에 풀꽃 같은 감동을 심어 주셨다. 그날의 깊은 감동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참 감사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