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복음의 선포는 사도행전 8장에 와서야 비로소 핍박 때문에 예루살렘교회의 성도들이 흩어지며 사마리아지역에까지 확장된다. “그날에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에 큰 박해가 있어 사도 외에는 다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흩어지니라…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행 8:1~4). 이처럼 초대 교회가 예루살렘과 유대지역을 벗어나서 선교하는 역사적 현장에 집사 빌립이 등장한다.
예루살렘 외 이방인 선교의 개척자
열두 사도들에 의해 처음으로 세워진 일곱 집사 중 한 명인 빌립을 주목하는 것은 그가 예루살렘지역 외의 선교에서 개척자 역할을 감당했기 때문이다. “빌립이 사마리아성에 내려가 그리스도를 백성에게 전파하니”(행 8:5).
사마리아에서 빌립은 복음을 전하고 가르치며 표적을 행하고 귀신을 쫓아내며 병자를 고쳤다. 마술사 시몬은 빌립의 전도로 세례를 받고 빌립을 따르게 된다. 또한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관리인 내시를 만나 복음을 전한다. 에디오피아의 내시는 빌립의 전도를 받아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는다. “빌립과 내시가 둘 다 물에 내려가 빌립이 세례를 베풀고”(행 8:38).
사도들 외에는 다 흩어져야 했던 극한의 박해 가운데서 진행된 빌립의 사역이 참으로 놀랍다. 이와 같은 빌립의 사역은 그가 지리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신약의 전도 역사에 새로운 문을 연 인물임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사마리아지역은 이스라엘 땅이면서도 역사적인 이유(참조 왕하 17:24) 등으로 예수님과 초대 교회 당시 소외되고(참조 마 10:5~6; 요 4:9; 행 8:14), 마술의 영향이 컸던 성이었다.
또한 에디오피아의 내시는 나라의 국고를 맡은 공직자요 이방인이었다. 집사 빌립은 어떤 인물이기에 극심한 박해의 시대에 소외된 땅 사마리아의 마술사와 이방 땅 에디오피아 여왕의 국고 관리인에게 복음을 전하고 세례까지 주는, 초대 교회 선교 역사의 개척자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일까?
성령님의 인도에 순종한 빌립
집사 빌립은 예루살렘 초대 교회의 일꾼을 세우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한다.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서 성령충만하고 지혜가 뛰어난 칭찬받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행 6:3). 이 구절은 직접적으로 빌립이 성령 충만하고 지혜가 뛰어난 인물임을 알게 한다. 이로써 교회의 일꾼이라면 무엇을 갖춰야 하며,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성경은 빌립이 믿음의 사람답게 사역 현장에서 십자가 복음을 선명하게 선포했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움직였다고 기록한다. 첫째, 빌립은 말씀에 분명한 이해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빌립의 전도 사역에 대해 성경은 ‘그리스도를 전파한 것’으로,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관한 전도’라고 설명한다.
또한 빌립은 이사야 53장 7~8절의 본문으로 예수님을 설명하고 가르치면서 복음을 전한 것으로 기록된다. 이를 통해 빌립이 말씀의 사람이요, 십자가의 복음에 정통한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구약 선지자의 말씀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됐는지를 아는, 즉 구속사에 대한 정통한 이해를 가진 인물임을 보여 준다.
둘째, 빌립은 성령 충만한 사람이었다. 이미 사도행전 6장에서 일곱 집사로 선택되며 그가 성령님의 인도를 받는 자임을 확인했지만, 이는 사역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귀신을 쫓아내고 병자를 낫게 하는 표적이나, 복음을 믿고 회심하는 자에게 세례를 베푸는 사역은 그가 얼마나 성령님에 사로잡힌 인물인지 잘 보여 준다.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복음을 전한 사건은 직접적으로 빌립이 성령님의 사람임을 말해 준다. “성령이 빌립더러 이르시되 이 수레로 가까이 나아가라 하시거늘”(행 8:29).
빌립은 예수님께서 구세주이심을 구약성경으로부터 증명해 낼 수 있는 말씀의 사람이요,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른 인물이었다. 이로써 그는 신약 시대 초대 교회의 선교 개척자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이번 호 사도행전 묵상을 통해 빌립처럼 성령님을 새롭게 만나 복음 사역에 쓰임받는 은혜가 있기를 간구한다. 또한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 우리 모두가 십자가의 복음을 깊이 깨닫고, 확실한 믿음으로 복음을 증거하는 열매를 맺게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