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삼열 목사(사랑의교회)
빌립보서에만 짧게 언급된 에바브로디도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결코 작지 않다. 에바브로디도에 관련된 본문은 빌립보서 2장 25~30절과 4장 18절뿐이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작지 않은 믿음의 흔적을 남긴 인물임에 분명하다.
바울의 완벽한 동역자
본문에 기록된 것처럼 바울은 에바브로디도의 인물됨을 다섯 가지로 표현한다. 내 형제(brother), 함께 수고한 자(coworker), 함께 군사 된 자(soldier), 너희의 사자(messenger), 쓸 것을 돕는 자(minister). 에바브로디도가 어떤 인물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이들 하나하나의 묘사는 참으로 묵직하고도 고귀하다.
그는 바울에게 형제로 여겨질 만큼 믿음의 사람이었으며, 복음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인물이었다. 특히 바울이 복음을 위해 감당한 수고가 얼마나 큰지 생각한다면(참조 고후 6:4~10, 11:23~33), 에바브로디도를 향해 ‘함께 수고한 자’라고 표현한 것은 그가 복음으로 인해 적지 않은 고난을 겪었음을 예상하게 한다.
또한 그는 바울과 함께 군사 된 자였다. “너는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라… 병사로 모집한 자를 기쁘게 하려 함이라”(딤후 2:3~4). 에바브로디도는 자신의 생활에 매이지 않으면서 자신을 부르신 주님을 기쁘시게 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빌립보교회를 대표해 바울에게 보냄을 받을 만큼 성도들의 신뢰를 얻었다. 또한 그는 바울에게 ‘쓸 것을 돕는 자’였다. “에바브로디도 편에 너희가 준 것을 받으므로 내가 풍족하니”(빌 4:18). 그는 한마디로 바울의 복음 사역에 있어 완벽한 동역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자
에바브로디도는 어떤 이유로 그렇게 기록될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보다 성도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긴 여행(예를 들면, 빌립보에서 로마까지) 때문인지 향수병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위독한 상태에서도 자신의 건강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소식을 듣게 된 빌립보교회 성도들의 염려로 인해 괴로워한다(빌 2:26~27).
그의 이런 모습은 바울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 즉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 2:3~4)는 말씀에 대한 본보기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가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임이 분명하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주님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자
에바브로디도가 바울의 완벽한 동역자로 설 수 있었던 사실에 대해 본문에서 묵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근거는, 주님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자세다.
“그가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죽기에 이르러도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아니한 것은”(빌 2:30). 그는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 1:20~21)고 고백한 바울과 동일한 헌신을 한 인물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에바브로디도는 무엇보다 바울이 보여 준 신앙의 내용과 모습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 증인이다. 그는 이후 성경의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얼마든지 누구에게나 바울과 동일한 믿음, 동일한 헌신의 삶이 가능함을 증명해 준 인물이다.
에바브로디도가 이와 같은 인물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바울이 고백한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지만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로 오셔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님’ 을 닮으려고 노력했던 결과다(참조 빌 2:6~8). 그 역시 바울처럼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해로 여기고,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을 가장 고상한 것으로 여긴(참조 빌 3:7~8) 믿음의 인물이었다.
11월에도 우리를 죄와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하나님의 거룩을 누릴 수 있는 영광으로 부르신 주님 안에서 또 한 걸음 성장하는 은혜가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