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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베드로의 고향, 어부의 집 벳새다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갈릴리 바다의 벳새다
갈릴리 바다의 북쪽 위 요단강을 따라 골란 고원으로 올라가는 길, 왼쪽 요단강 쪽에 벳새다 마을이 보인다. 최근에 발굴이 돼서 그런지 이 마을은 안내 시설이 좋고 유적지도 깨끗이 정돈돼 있다. 여름 땡볕에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이들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의 눈빛에서 역사적인 장소에 동참하는 보람이 보이는 듯하다.

압살롬의 외가, 벳새다
몇 년 전 왔을 때와 다르게 동쪽 언덕으로 둘러 가는 길이 생겨 따라가니 성문이 나왔다. 이 성문은 새로 발굴돼 정리해 놓은 곳으로, 가나안 시대의 것이다. 이곳은 그술 왕 달매가 통치하던 곳이다. 그술 왕은 다윗의 아들 압살롬의 외할아버지다. 또한 이 성은 압살롬이 그의 누이 다말 사건 때문에 장남 암논을 죽이고 2년을 피신해 살던 곳이기도 하다. 검은 현무암으로 된 성문이 3천 년 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압살롬이 다윗 성 앞에서 민심을 뺏은 일은 이곳에서 배운 책략일까?

어부의 집, 벳새다
압살롬의 외갓집과 동향인 사람이 베드로다. 물론 그의 형제 안드레, 친구 빌립도 벳새다가 고향이다. 벳새다는 ‘바잇’(집)과 ‘쩨다’(어부)의 합성어로 어부의 집, 고기잡이의 집이라는 뜻이다. 즉, 고기가 많이 잡히는 동네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돌짝밭과 가시밭이 펼쳐져 예수님의 씨 뿌리는 비유가 실감나게 와닿는다. 이런 가시밭에 씨가 뿌려지면 곡식이 열매 맺기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오병이어 기적의 들판, 벳새다

멀리 갈릴리 바다가 보이고, 그 가운데 넓은 들판이 보인다. 수천 명이 모여 식사하며 집회를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벳새다와 갈릴리 바다 사이의 들판에서 ‘오병이어’ 기적을 행하셨다. 예수님께서 빌립에게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시자, 빌립은 200데나리온 정도(약 2천만 원)가 들 것이라며 불가능하듯 말했다.
이때 안드레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얻어 왔다. 이 도시락은 한 가족을 위한 식사였다. 예수님께서는 그 가족의 식사를 가지고 축복기도 하신 후, 남자만 5천 명, 여자와 아이들을 합해 약 2만 명을 먹이셨다.
이때는 유월절 기간이었다. 이듬해 유월절에는 마가의 다락방에서 최후의 만찬을 가지셨으니, 이 기적은 갈릴리에서 군중과 함께하는 성찬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몸을 상징하는 떡을 친히 떼어 주셨다. 그분의 손은 거의 십만 번을 움직여야 하셨다. 수고와 희생의 기적이었다.
제자들은 이 떡을 받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들은 예수님의 손을 통해 이뤄지는 기적을 보며 지칠 줄 몰랐다. 그렇게 나눠 주기를 끝낸 후 남은 조각이 열두 바구니다.


생명의 양식이신 예수님
벳새다에 서서 갈릴리 남쪽, 맞은편을 바라본다. 오병이어 기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데가볼리 지역, 가다라 근처에서 떡 일곱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4천 명을 먹이시고 일곱 광주리를 남기는 기적이 또 일어났다. 오병이어는 유대인이 사는 곳에서 일어났고, 칠병이어는 이방인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방인 지역에서 남은 일곱 광주리는 유대인 지역의 열두 바구니보다 훨씬 많은 양인 셈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떡을 자신의 몸이라고 말씀하시며, 자신의 몸이 생명의 양식이라고 말씀하셨다.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모두 생명의 양식이신 예수님을 먹어야 생명을 얻는다. 말씀으로 오신 예수님, 그 말씀을 듣는 자는 지금도 오병이어와 칠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주님의 말씀대로 순종해 풍성한 열매를 가슴에 안고 주님 앞에 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