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광야에 핀 꽃으로 즐비한 엘랏
예루살렘에서 엘랏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광야의 황무함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 사해를 따라 남쪽으로 125km를 달리는 동안 유다광야의 황무함을 본다. 사해 끝에서 시작된 아라바광야를 지나 총 283km 정도 엘랏으로 가는 길, 오른쪽에는 신광야와 바란광야의 마른 골짜기가 보이곤 했다.
엘랏에 도착하자 푸른 잔디와 어여쁜 꽃밭을 가진 주택이 즐비하다. 어떻게 광야에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꾸밀 수 있을까 궁금해서 보니, 잔디와 꽃밭 아래 숨겨진 검은 고무관이 보인다. 고무관의 작은 구멍에서 몇 분 간격으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꽃과 잔디를 생기 있게 하고 있었다.
유전보다 중요한 홍해의 항구, 엘랏
엘랏은 아프리카 내륙까지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남쪽 항구이자, 인도양을 통해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이 열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나이반도 때문에 깊이 들어와 있는 만을 성경에서는 ‘홍해’라고 부르지만, 정치적으로는 요르단에 있는 항구를 이용해 ‘아카바만’이라고 한다. 요르단이 독립할 때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의한 후 석유가 나오는 넓은 땅을 포기하고 홍해에 있는 아카바항을 얻었을 만큼 이 항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제나 여름 날씨인 엘랏은 휴양 도시로도 유명하다. 곳곳에 멋진 호텔과 방갈로 모양의 집들은 운치를 더한다. 물이 없는 광야에 세워진 항구인데도 주택마다 수영장이 있다. 알고 보니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이스라엘 특유의 장치가 이런 풍요로움을 가져왔다고 한다.
해상 무역으로 부유해진 엘랏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전라도 정도의 크기로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땅이 비옥하지도 않다. 그런데 왜 성경은 이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했을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목축과 과일 농사에 적합한 땅이라 할 수 있고, 영적으로 보면 하나님께 순종하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솔로몬은 이런 척박하고 작은 땅에서 어떻게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을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전 11:1). 떡을 물에 던진 행위는 해상 무역을 위해 투자한 그의 삶, 특히 오빌의 금을 얻게 된 일을 연상하게 한다.
솔로몬은 성전 공사가 끝남과 동시에 홍해에 있는 에돔 땅 바닷가인 에시온게벨과 엘랏에 사람을 보냈다(대하 8:16~17). 그곳에서 바닷길에 능숙한 두로 왕 히람의 종들과 함께 오빌에서 금을 가져왔다. 솔로몬이 다른 왕과 달랐던 점은 해변과 홍해 무역을 연결해 부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이다.
홍해 무역이 번창하자 무역 마찰 때문인지 스바여왕까지 찾아왔다(왕상 10:1). 애굽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신전 비문을 통해 솔로몬이 죽은 후, 애굽의 시삭이 쳐들어와 예루살렘뿐 아니라 홍해에 이르는 남방 무역로를 정복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솔로몬은 말년에 전도서를 기록하면서 금이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의 깨달음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전 12: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