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요충지 기브온

예루살렘 북서쪽 9km에 있는 기브온은 예루살렘에서 가깝지만, 지금은 보안 장벽으로 인해 들어가기 힘든 지역이다. 성 정상에는 깊은 물 저장소가 있다. ‘기브온 물가’라는 우물은 성의 북쪽 경사지 아래에 있다. 유적 곳곳에는 포도주를 저장하는 웅덩이가 많이 있어 이곳이 포도주를 저장하기 좋은 지역임을 알려 준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인 기브온은 헬갓 핫수림으로 불리기도 했다(삼하 2:16). 기브온 남서쪽에서 1.5km에 있는 ‘기브온 산당’으로 알려진 나비 사무엘에 올라 보니, 베냐민산지에서 중요한 지역 대부분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기브온이 코앞에 있는 듯 선명하게 보여 여호수아 9장의 상황과 10장의 전투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거짓 화친 조약을 맺은 기브온

기브온은 베냐민산지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였다. 특히 도로와 관련해서는 동서를 연결하는 정문 역할을 하며 산지 지역을 통제했다. 그래서 기브온 족속은 기브온을 중심으로 기럇 여아림, 그비라, 브에롯 등 4개 도시를 해변에서 산지로 오르는 주요 도로 위에 건설했다.

기브온은 아이와 벧엘이 이스라엘에 의해 무너지고, 세겜도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는 상황을 보고, 주변과 연합해 이스라엘과 싸우든지 아니면 이스라엘과 화친 조약을 맺든지 결정해야 했다. 그들은 후자를 택했고,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화친 조약을 맺는다.

여호수아는 그들의 말을 믿고 하나님 앞에서 조약을 맺었으나 3일 뒤 그들이 사는 땅에 도착해서야 거짓임을 알게 된다. 베냐민 지파였던 사울왕은 여호수아가 맺은 언약을 어기고 눈엣가시 같은 기브온 족속을 몰아냈는데, 이로 인해 하나님의 진노가 다윗 시대에 3년 기근으로 나타났고, 그 대가로 사울의 후손 7명이 죽었다(삼하 21:1~9).

해가 지지 않는 기브온 전투

기브온이 화친 조약으로 이스라엘의 수중에 들어가자, 가장 큰 위협을 느낀 도시는 예루살렘이었다. 예루살렘 왕은 같은 위기에 처한 남쪽의 5개 주요 도시에 긴급 타전을 해서 자신을 배신한 기브온을 먼저 치고, 이스라엘을 막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했다(수 10:5).

위기에 처한 기브온은 평화 조약을 체결한 여호수아에게 도움을 청했다. 여호수아는 급히 올라왔다. 여호수아의 최고 전법은 ‘갑자기 그들에게 이르니’였다(수 10:9). 3일은 걸리는 길을 밤새 올라와 반나절 만에 주파했던 것이다. ‘갑자기 전법’은 주효했다.

예루살렘 연합군은 전열을 가다듬는 데 시간이 걸렸고, 길갈에 있는 여호수아군이 적어도 하루는 있어야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여호수아군이 갑자기 새벽에 들이닥치자 손도 못 써 보고 참패했다. 기세를 잡은 여호수아군은 연합군을 서쪽으로 몰아붙였다. 능선을 따라 도망치던 그들은 대해(지중해)에서 검은 먹구름과 우박을 만났다(수 10:11). 이들은 우박에 맞아 죽기도 하고 능선 좌우로 난 깊은 골짜기로 굴러떨어져 죽었다. 칼에 죽은 자보다 더 많았다.

기브온 전투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가나안 남부 지역을 단숨에 정복했다. 이 전쟁에서 여호수아의 전무후무한 기도가 등장한다. 여호수아는 확실하게 밀어붙여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할지어다”라는 놀라운 기도를 했다(수 10:12).

여호수아는 낮에 전쟁을 미리 바라보고 기도한 셈이다. 기브온 산당은 여호수아가 전쟁을 지휘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요, 이후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리며 전무후무한 기도를 이어갔던 곳이다. 환난은 전무후무한 기도의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