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누가 이 서신을 썼는지는 하나님만이 아신다”라고 했던 3세기 교부 오리겐의 말처럼 히브리서의 저자는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서신이 기록된 목적은 매우 분명합니다.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 사역에 대한 놀라운 증명이 담겨 있습니다. 유대교의 압박을 받던 유대인 그리스도인(Jewish Christian)들에게 이 편지는 큰 위로가 됐을 것입니다. 존 칼빈은 이 서신에 대해 “그리스도의 완전한 능력과 사역의 생생한 제시가 담겨 있기에 매우 귀중한 보화”라고 설명합니다. 종교 개혁 500주년과 2017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귀중한 보화인 히브리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위대하신 아들 앞에서 흔들리지 말라(1~2장)
유대인 그리스도인(Jewish Christian)들을 향한 유대인들의 논지는 이러했을 것입니다. “갈릴리 촌에서 태어난 하찮은 목수의 아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옛 선지자들을 통해 계시된 말씀을 근거로 예수님의 신성을 설명합니다. 그를 가리켜 ‘만유의 상속자’,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 ‘본체의 형상’이라고 했는데(1:1~3), 이는 만물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창조됐고, 그리스도를 위해 지어졌음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특히 예수님을 천사와 비교하며 그분의 초월적인 신적 지위를 드러내는데, 구약성경으로 논지를 이어 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수님의 신성을 상기시킨 저자는 히브리서에서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총 다섯 가지 경고 메시지를 전합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지킬 것과 구원에서 떠나는 위험에 대한 경고입니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중에 구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음을 알리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을 통한 구원은 하나님께서 증언하신 일이며, 기독교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임을 확증하는 표현입니다(2:1~4).
저자는 예수님의 인성을 설명하기 위해 그분을 천사와 비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천사보다 월등한 하나님이시지만 천사보다 잠깐 낮아져서,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구세주임을 밝힙니다(2:7~12). 자신의 지위를 버리고 인류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평생 종노릇하는 자들을 풀어 주시려고 기꺼이 고난을 받으셨고,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을 성취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락한 인간을 위해 성육신하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소유해야 합니다.
위대한 대제사장을 저버리지 말라(3~7장)
저자는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을 깊이 생각하라”(3:1)고 권면하며, 자비하시고 신실하신 예수님(2:17)에 대해 확장시켜 나갑니다. 1장이 천사와의 비교를 통해 신성을 강조했다면, 3장은 모세와 비교하면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인성을 강조합니다.
모세는 율법 수여자로 유대인들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그도 하나님 집의 일원에 불과하며, 예수님이야말로 그 집을 지으신 분이라고 소개합니다. 집을 지었다는 것은 예수님의 신성을 뜻하는 것으로, 모세가 아무리 신실한 종으로서 영광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해도, 신성과 인성을 고루 갖추신 예수님보다 나을 수 없음을 나타냅니다(3:1~6).
그러므로 저자는 예수님께서 모세보다 탁월하신 분이기에 말씀을 받는 독자들은 그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말라며, 시편 95편을 인용해 두 번째 경고를 합니다. 또한 순종하는 자에게 안식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립니다(3:7~19). 결국 우리는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안식에 들어가기에 힘써야 합니다(4:1~13). 또한 안식에 들어가는 은혜는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4:14~16).
여기서 저자는 대제사장직에 대해 집중합니다. 대제사장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기 위해 부름받은 자로서 아론의 자손들이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죄가 있는 인간이기에 자신을 위한 속죄제를 드려야만 했습니다(5:1~4).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죄가 없는 분이므로, 하나님께 멜기세덱 계열의 대제사장이라 칭함을 받으셨습니다(5:5~10).
이를 이해하려면 독자들이 성숙해야만 가능한데, 당시 유대인 그리스도인(Jewish Christian)들은 여전히 영적으로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였습니다(5:11~14). 이는 복음을 경험하고도 다시 유대교로 돌아갔던 현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신앙을 의도적으로 버린 그들을 향해 다시는 회개할 수 없다고 세 번째로 경고하며, 초보적인 가르침 위에 말씀을 쌓을 것을 권면합니다(5:15~6:12). 사실 이 같은 경고는 하나님의 확실한 약속을 바탕으로 한 격려였습니다(6:13~20).
저자는 멜기세덱이라는 인물을 통해 예수님의 대제사장직을 설명합니다. 저자의 주장은 레위 계통의 제사장직보다 멜기세덱 계통의 제사장직이 더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레위 계통의 제사장직이 온전했으면 멜기세덱 계통의 제사장직이 세워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7:1~11).
물론 예수님께서는 불멸의 생명을 가지셨기에 스스로 더 좋은 언약의 보증이 되셨고,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제사장직에 대한 우월성을 입증하셨습니다(7:12~25). 그러므로 예수님의 대제사장 되심과 새 언약의 보증인 되심을 신뢰하고, 예수님을 붙드는 것만이 온전한 구원으로 이르는 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를 기억하라(8~10장)
성소와 참장막에서 섬기시는 예수님께서는 성도들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십니다(8:1~5). 하늘에서 예수님이 하신 사역은 새 언약을 기초한 것으로, 이 땅에서보다 훨씬 더 우월합니다. 만일 옛 언약이 새 언약에 비해 뛰어났다면 굳이 새 언약은 세워질 이유가 없었습니다(8:6~13).
사실 첫 언약에도 섬기는 예법과 성소는 나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이 막혀 있었습니다(9:1~8).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더 좋은 제물이 되셔서 자신의 피로 온 인류가 영원히 온전해지게 하셨습니다(9:11~14). 그분이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심으로써 인류의 죄를 속량시키셨고, 이것을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9:23~28).
그러므로 보혈의 공로를 입은 자는 약속에 따라 소망을 붙들고, 사랑과 선행으로 서로를 격려해야 하며, 모이기에 힘써야 합니다(10:19~25). 성도 된 우리가 예수님의 피로 화평을 얻었으므로 사랑과 선행으로 서로 격려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철저히 복음 앞에 가까이 나아가, 복음에 견고하게 붙어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저자는 여기서 네 번째로 복음에서 떨어진 삶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합니다(10:26~29). 그러므로 항상 말씀에 붙잡혀 인내하는 삶을 사는 것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들이 이뤄지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믿음으로 인내하라(11~13장)
믿음이란 “하나님께서 이루실 약속에 대해 하나님께서 보증하시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우리가 소망하지만 이뤄지지 않는 것들, 바라고는 있지만 보지 못한 것들이 믿음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믿음을 실상과 증거라고 설명하면서, 모호한 소망이 아니기에 반드시 일어나게 되는 확신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모든 것이 믿음으로 창조됐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 역시 믿음이라고 역설합니다(11:1~6).
저자는 아벨, 에녹, 노아, 아브라함 등을 예로 들면서,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증명합니다. 분명한 것은 믿음의 사람들이 세상을 이기기도 하지만, 고난과 핍박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세상이 (믿음의 사람들을) 감당하지 못한다”라고 평가하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예비하셨다고 설명합니다(11:38~40).
그러므로 우리는 바른 믿음을 소유해야 하고, 인내로써 믿음의 경주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점이 필요한데, 바로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며(12:1~2), 모든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은혜에 도달하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다섯 번째 경고로 의심과 불신의 쓴 뿌리, 음행하는 자, 에서와 같이 망령되게 행하는 자가 없도록 살펴야 하나님의 은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경고를 거역하거나 배반하지 말아야 합니다(12:14~29). 이처럼 하나님의 경고를 기억하고 하나님만 경외한다면 우리는 은혜 안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저자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던 믿음의 선배들을 목격했고, 은혜받은 성도의 삶을 알았기 때문에 이같이 권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예수님께서 받으신 고난을 기억하고 찬송의 제사를 드리며, 선을 행하고, 서로 나누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삶을 통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제사(13:1~17)를 드려야 합니다. 그 길만이 이 땅 가운데서 부화뇌동하지 않고 믿음으로 인내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믿음으로 인내하며,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굳게 붙잡을 것을 요구합니다. 이것은 천사보다 뛰어나시고, 모세와 선지자보다, 아론과 레위 지파 제사장보다 뛰어나신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삶을 뜻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이런 믿음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믿음의 완전한 모본이시며,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소망함으로 더욱 견고해져야 합니다. 2017년 12월, 우리 모두 영원한 대제사장이시며, 믿음의 주요 온전하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제자들이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