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신명기는 이스라엘 역사를 통해 알게 된 하나님의 뜻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기 바라는 모세의 설교입니다. 모세는 광야에서 40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누구보다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알았습니다. 그래서 출애굽 2세대가 1세대의 잘못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하나님과 올바른 언약 관계를 세워갈 수 있도록 이정표와 같은 말씀을 선포합니다. 신명기 묵상을 통해 하나님과의 바른 언약 관계를 세우기 위해 하나님의 백성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신명기에 대한 이해
‘신명기’의 히브리어 이름은 ‘엘레 하드바림’(이것이 말씀들이다)이며, 주요 주제는 “하나님의 계명을 기억하라”입니다. 신명기의 구조는 모세의 설교를 기준으로 나눠지는데, 첫 번째 설교는 이스라엘 구원 역사의 회고 및 미래에 대한 반성이 담겨 있습니다(신 1:1~4:43). 두 번째 설교는 여호와께서 명하신 십계명과 언약의 법규들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신 4:44~28:68).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설교는 모세가 백성에게 언약을 충실하게 지키도록 권면합니다(신 29:1~30:20).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여호수아가 모세의 지도자 직분을 이어받는 장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신 31:1~34:12).
역사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신 1:1~3:29)
신명기의 저자 모세는 모압광야에서 하나님의 대변인 자격으로 출애굽 2세대들에게 말씀을 선포합니다.
먼저 호렙산에서 있었던 일을 회고했는데, 이스라엘이 차지할 땅의 범위에 관한 일과 수령을 세운 일이었습니다. 사실 모세가 언급한 땅은 그들이 반역만 하지 않았다면 40년 전에 이미 차지했을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이 약속을 성취하시겠다고 이스라엘에게 알리십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자손에 관한 약속은 이미 성취됐습니다. 따라서 ‘하늘의 별같이 많아진’ 백성을 모세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에, 모세는 각 지파에서 지혜와 지식이 있는 자들을 택해 수령으로 세운 일을 언급합니다. 그때 모세는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며 어떤 판결을 하든지 차별 없이, 사람의 낯을 두려워하지 말고, 공정하게 하라고 가르칩니다(신 1:1~18).
이어 모세는 가데스 바네아에서 있었던 정탐 사건을 설명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가나안을 차지하면 됐는데, 두려움에 빠져 정탐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인간적인 시각으로는 상식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의 시각에서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행동이었습니다. 결국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모든 출애굽 1세대, 심지어 모세마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신 1:19~46).
모세는 가데스 바네아에서의 반역 때문에 그들이 가나안이 아닌 광야로 들어가게 됐다고 밝힙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에돔, 모압, 암몬의 땅을 탐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을 주셨듯이, 그곳은 그들이 살 땅으로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신 2:1~25).
그러나 헤스본왕 시혼과 바산왕 옥의 경우는 예외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땅을 이스라엘에게 넘기시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셨습니다(신 2:26~3:11).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스라엘은 요단강 동편 두 왕국을 점령했고, 그 땅은 르우벤과 갓, 므낫세 반 지파에게 분배됩니다.
모세는 하나님께 “나를 건너가게 하사 요단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땅, 아름다운 산과 레바논을 보게 하옵소서”라며 가나안 입성을 간구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 하시며 그의 사역을 거기서 멈추게 하십니다(신 3:12~29).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에게 믿음과 순종을 원하십니다. 믿음 있는 자의 온전한 반응은 순종이며, 순종은 하나님의 도우심이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율법을 준행하는 일(신 4:1~49)
1~3장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까지의 회고가 주를 이뤘다면, 4장부터는 약속의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모세의 설교가 이어집니다.
모세는 자신이 가르친 율법을 듣고 준행하는 자세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 싯딤에서 바알브올을 따르며 모압 여인과 간음한 사건을 회고했는데, 그 결과는 멸망이었습니다.
모세는 율법의 준수와 온전한 기도만이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큰 나라를 이루게 한다고 선언합니다(신 4:1~8). 또한 세대 계승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모세는 백성이 대대손손 이 사실을 가르치기를 바랐는데, 이는 다음 세대에 선조의 잘못이 흘러가지 않기를 바라는 권면입니다.
모세는 호렙산에서 있었던 하나님의 현현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형상을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것으로도 만들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하나님은 결코 어떤 피조물의 형상으로 대체할 수 없기에, 이 같은 우상을 만들어 경배하며 섬기는 순간 그들은 약속의 땅에서 속히 망하게 된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특히 어떤 경우에도 우상 숭배는 버려야 함을 강조하며 하나님의 유일성을 선언합니다. 또한 도피성을 통해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알려 줍니다(신 4:9~49).
율법을 준행하는 일은 복을 받는 길입니다. 반대로 율법을 어기는 행위는 패망으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십계명에 담긴 의미(신 5:1~6:3)
5장부터 모세의 본격적인 율법 강론이 시작됩니다. 모세는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당사자는 조상들이 아니라, 현재 살아 있는 출애굽 2세대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언약은 한 세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지니며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십계명은 제1계명부터 오직 여호와 외에 다른 신을 경배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시작하며, 여호와의 주권을 부각시킵니다. 제2계명은 하나님의 형상을 그 어떤 것으로도 만들지 않아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피조물의 형상을 본떠서 하나님의 형상을 만드는 일 자체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제3계명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컫지 말라는 규정이며, 제4계명은 안식일 준수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의 유익에 따라 하나님의 이름을 사용하면 안됐으며, 안식일 규정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와 종, 가축들의 안식도 보장해야 했습니다.
제1계명부터 제4계명까지는 하나님에 대해 이스라엘이 지켜야 하는 부분이며, 제5계명부터 제10계명까지는 이웃을 위해 지켜야 할 계명입니다. 십계명은 수직적인 하나님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수평적인 이웃과의 관계도 중요함을 알려 줍니다.
이어서 모세는 제5~10계명에 대해 가르칩니다. 하나님께서는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셨습니다(제5계명). 그리고 살인, 간음, 도둑질, 이웃에 대한 거짓 증거를 해서는 안되며(제6~9계명), 이웃의 아내 및 소유를 탐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제10계명). 십계명을 온전히 지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의 도를 행하는 모습만이 하나님의 백성다움을 지키며 자손 대대로 복을 누리는 지름길입니다.
유일하신 하나님을 사랑하라(신 6:4~25)
6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스라엘아 들으라”(쉐마)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스라엘이 복을 받게 되는지를 알려 주신 장면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권면은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입니다. 오직 유일하신(에하드) 하나님만을 섬겨야 한다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모세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라는 수식어를 사용합니다. 전심으로 하나님만을 사랑하는 일이 백성의 사명임을 가르칩니다. 또 모세는 자녀들에게 말씀을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고 명령합니다. 여기서 ‘가르치라’는 단어는 각인될 때까지 반복해서 가르치라는 의미로, 말씀의 흔적이 남을 만큼 가르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선포합니다(신 6:4~9).
이처럼 출애굽 2세대 모두가 종 됐던 애굽에서 인도해 주신 하나님을 온전히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후일에 누군가 물을 때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증거와 규례, 법도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일이 하나님의 백성이 지켜야 할 사명임을 온전히 가르칠 때 신앙의 세대 계승이 이뤄지고, 수선대후(守先待後)의 역사가 이어지게 됩니다(신 6:10~25).
불순종은 하나님을 망각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유일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일만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앙의 세대 계승을 이루는 유일한 길임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구약 학자 고든 맥콘빌은 신명기를 “하나님의 본질과 성품을 충분하게 표현한 구약 성경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래서 그는 신명기를 ‘여호와의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본질과 성품을 아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만큼 하나님의 백성에게 신명기는 애장품처럼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책입니다. 과거의 은혜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신명기를 묵상하면서, 오직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