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날샘> 디렉터)
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물론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태양이 다르진 않지만, 새해를 맞이해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하며, 더욱 주님을 잘 섬기는 주의 백성이 되길 다짐해 봅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1월에 묵상할 여호수아 1~8장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약속을 어떻게 성취하시며 그 약속을 받은 백성들이 어떻게 행해야 할지가 잘 드러납니다.
이번 본문의 내용상 구조는 한마디로, “이스라엘이 모세의 율법을 어떻게 따르며 선포했는가”로 시작하고 끝나는 것입니다(A-A’). 그 안에 가나안인 기생이라도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면 구원을 받지만, 이스라엘 자손이라도 순종하지 않으면 저주를 당하리라는 경고(B-B’)와, 구원자이며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영광이 기록돼 있습니다(C-C’). 그리고 절정부로서 전쟁의 위협 앞에서도 할례를 행하며 하나님 앞에 거룩하기를 선택했을 때, 하나님의 군대 대장이 여호수아를 만나는 장면이 위치합니다.
A 율법을 순종하라(1장)
B 믿음이 있는 가나안인 라합(2장)
C 기적, 요단 강이 멈춤(3~4장)
X 할례와 여호와의 군대 대장(5장)
C’ 기적, 여리고 성 함락(6장)
B’ 믿음이 없는 이스라엘인 아간(7:1~8:29)
A’ 율법을 선포하다(8:30~35)
말씀의 기초 위에서(1장, 8:30~35)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약속을 말씀 위에서 성취해 가십니다. 자신의 백성이 말씀의 기초 위에 서기를 바라시고, 그 말씀에 순종하며 담대히 선포해 나갈 때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가르치십니다.
지도자가 바뀌면 그 공동체는 상당한 혼란을 겪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오히려 더욱 굳건하게 결속됐습니다(1:16~18). 이는 이스라엘이 사람이 아니라 율법, 곧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이끌어지는 공동체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렇기에 여호수아가 자신의 지도력을 굳건히 하는 방법은 오직 그 율법책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행하는 것뿐이었습니다(1:8).
이 사실은 이후 이스라엘이 에발 산에 제단을 쌓을 때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8:30~35). 우여곡절 끝에 아이 성을 정복한 여호수아는 모세가 명령한 대로 에발 산에 제단을 쌓습니다. 모세는 이미 죽었지만 율법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율법을 따름으로써 하나님의 백성으로 설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복과 저주의 모든 율법 말씀이 낭독된 것입니다(8:34).
결국 하나님의 약속은 말씀의 기초 위에서 실현됩니다. 말씀을 알고 그에 순종하는 공동체가 그 약속의 수혜자가 됩니다. 사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따르고, 그 말씀을 공동체의 기본 원칙으로 삼을 때에 그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와 역사하심이 있게 마련입니다.
믿음의 사람을 통해(2장, 7:1~8:29)
하나님의 약속은 오직 믿음에 의해 실현됩니다. 어떤 사람이 공을 세웠다고 해서, 또는 그가 이스라엘 혈통에 속했다고 해서 구원과 승리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진 자만이 구원의 반열에 들 수 있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계획이나 능력은 아무 효력도 없습니다. 여리고 성에 들어간 정탐꾼들은 성 안에 들어가자마자 발각당합니다(2:2). 아이 성에서는 삼천 명만 보내면 충분하리라는 정탐꾼들의 예상은 빗나가고 이스라엘은 무참한 패배를 당했습니다(7:2~5). 여리고에서나 아이에서나 정탐꾼들의 성적은 낙제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힘은 전쟁의 승리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전쟁이라고 해서 초자연적인 역사로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이 아이 성을 정복할 때는 일반적인 전쟁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전술인 매복 작전을 사용했습니다(8:3~7). 그러나 이 역시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지시하시고, 이스라엘이 그에 순종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오직 하나님을 믿고, 그대로 순종하는 자들에게 구원과 승리가 주어집니다. 인간의 공로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믿음만이 구원과 승리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은 라합과 아간의 대조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스라엘의 심판의 칼날 아래 죽임을 당해야 마땅했던 여리고의 기생 라합은 하나님을 믿었기에(2:11) 정탐꾼들을 보호하는 공을 세웠고, 구원의 징표를 얻을 수 있었으며(2:21), 그 후손이 대대로 이스라엘 중에 거할 수 있었습니다(6:22~25).
그에 비해 유다 지파였던 아간(7:16~18)은 하나님의 준엄한 말씀을 무시하고 자기 유익을 구하다가 패전의 원흉이 됐고, 그 자손과 모든 소유물이 저주를 받아 이스라엘로부터 끊어졌으며(7:22~25), 그의 시체 위에 쌓인 돌무더기는 저주의 기념비가 됐습니다(7:26). 이후에 이스라엘에게 정복당해 죽임을 당한 아이 성의 왕도 아간과 같이 그 시체 위에 돌무더기가 쌓였는데, 이는 아간이 아이 성의 왕과 마찬가지로 취급됐음을 알게 합니다(8:29).
특히 아간의 범죄와 아이 성 전투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많은 분량을 할애해 상세히 기록돼 있는데, 이는 혈통이 구원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해 줍니다.
기록된 영광의 재현으로(3~4장, 6장)
하나님께서는 율법책(모세오경)에 기록된 영광을 재현하심으로써 이스라엘에게 주신 약속을 실현하셨습니다. 가나안 정복에 나선 이스라엘 군대의 주력은 광야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시고 홍해를 가르셔서 애굽에서 이스라엘을 이끌어내신 하나님이 아직 ‘책에 기록돼 있는 하나님’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젊은이들의 눈앞에서 곡식 거두는 시기에 언덕에 넘치던 요단 강 물을 끊으시고 마른 땅으로 건너게 하셨습니다(3:14~17).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바로 율법책에 기록된 홍해를 가르신 그 하나님이며, 그 기록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율법책에 기록된 그 하나님이 바로 살아 계시며 자신들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나님이심을 확신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님께서는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신 방식을 통해 창조주의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성경에서 성이나 탑과 같은 건축물들은 하나님의 창조를 모방해 그 영광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인간의 헛된 노력에 대한 상징으로 많이 사용됐습니다(참조 창 4:17, 11:4; 출 1:11).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7일 동안 여리고 성 주위를 돌게 하셨습니다(6:3~5). 일견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이 행위는 7일 만에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계시하는 행위였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의 권능 앞에서 비록 6일 동안은 그 성이 견고히 지속되는 것처럼 보여도, 7일째 나팔 소리와 함성이 들리는 날이 올 것이며, 그때에 인간의 손으로 쌓은 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율법책에 기록된 그 창조의 하나님이 바로 이스라엘과 함께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선포하셨습니다.
거룩한 자를 통해(5장)
여호수아 1~8장의 절정은 바로 길갈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할례를 행한 후에 여호수아가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난 사건이 기록돼 있는 5장입니다. 하필 적진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이뤄진 이 할례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이 어떤 민족이 되길 원하시며, 어떤 사람들이 쓰임을 받을 수 있는지 분명히 드러내십니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요단 강이 가나안과 이스라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상태에서는 전쟁의 위협을 실제적으로 느낄 수 없었겠지만, 강을 건넌 후에는 가나안 족속들이 자신들을 향해 겨누고 있는 칼끝이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그 상황에서 할례를 통해 먼저 자신들을 향해 칼을 겨눴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적에게 칼을 겨누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칼끝을 겨누고, 광야 동안 할례 없는 자로서 살았던 모든 과거를 청산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5:4~7).
그것이 하필 요단 강을 건넌 후였음은 그들이 하나님을 얼마나 의지하느냐에 대한 증명이었습니다. 길갈에서 모든 이스라엘이 할례를 행한 후에 낫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그 기간은 어쩌면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절체절명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백성이 되는 것을 선택했고, 결국 하나님의 가나안 심판을 위한 칼날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호수아가 여호와의 군대 대장을 만나는 장면(5:13~15)은 모세가 호렙 산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과 흡사합니다(참조 출 3:5). 물론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인도해 오셨지만, 이제부터는 동맹군으로 삼으시고 함께 가나안을 심판해 가실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눈앞의 위험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게 되기를 선택하는 자를 만나 주시며, 그와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 가십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 오직 믿음으로 순종하며,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체험하며 살아가는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날마다 솟는 샘물>과 함께 여호수아 말씀을 묵상하며 더욱 주님 앞에 말씀과 기도와 순종으로 거룩해지는 1월, 그리고 2015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