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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믿음의 가정이 지켜야 할 가치

과월호 보기 박희원 목사(<날샘> 디렉터)

창세기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전반적인 골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에 대한 이야기는 가정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까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하나님 앞에 바로 선 가정이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날마다 솟는 샘물>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신앙인들이 어떤 원칙 위에 가정을 세워야 할지, 또 가정이 하나님 앞에 바로설 때 어떤 유익을 누릴 수 있는지를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언약이 최우선인 가정(22~23장)
믿음의 가정의 최우선 순위는 항상 하나님의 언약이어야 합니다. 모리아 산에서 이삭을 바치는 아브라함의 모습은 그의 최우선 순위가 오직 말씀과 언약이었음을 알게 합니다.
뒤늦게 이삭을 얻은 아브라함의 심리 상태는 에덴과 같은 완벽한 ‘안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 에덴의 시험처럼,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시험이 주어집니다(22:1~2). 그러나 놀랍게도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일어나 그 말씀에 즉시 순종합니다. 조카 롯을 구하려고 여섯 번이나 조건을 바꿔 가며 소돔 성을 위해 간구했던(18:23~32) 아브라함이 자신의 외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명령에는 아무 원망 없이 아들을 산으로 데려가 결박하고 칼을 듭니다(22:9~10).
이 비정한 아버지의 행동은 역설적으로 아브라함의 ‘씨’가 온전히 하나님의 소유로 바쳐져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고 다스리는”(1:28, 9:1) 사명을 감당할 자가 됐음을 확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누구도 순종할 수 없을 명령을 준행해 하나님으로 하여금 그와 그의 자손에게 복을 주시도록 맹세하게 합니다.
아브라함의 가정에서 언약이 최우선 가치였다는 사실은 사라의 장례에서도 나타납니다. 수십 년간 가나안에 살면서도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23:4)에 불과했던 아브라함은 장지로 막벨라 굴과 그 밭을 구매합니다(23:15~16). 이는 하나님께서 그 땅을 자손들이 소유하게 하시겠다는 약속을 현실화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처럼 아브라함 가정의 핵심 가치는 하나님의 언약이었습니다. 이는 25년을 기다려 얻은 소중한 아들보다, 재산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얻는 배필(24장)
이제 ‘번성하여 땅을 다스릴’ 언약이 이삭에게 전수돼야 할 때가 됐습니다. 하나님과의 언약을 계승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돕는 배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가나안 여인 중에서 아들의 배필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브라함은 가장 믿음직한 종을 자신의 고향으로 보내 이삭의 배필을 찾게 하는데, 이삭을 하란으로 데려가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분명히 합니다(24:3~8). 사실 아브라함의 명령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종은 마치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가나안으로 들어왔던 것처럼, 무작정 아브라함의 고향에 가서 이삭의 배필을 찾아야 했습니다. 배필감인 여인의 입장에서 볼 때도 남편 될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 종의 말만 듣고 먼 길을 떠나야 합니다. 사실상 이 결혼은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여호와 이레’(22:14)의 하나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하와를 짝지어 주셨던 것처럼, 이삭의 짝도 준비하시고 맺어 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믿음대로 모든 것을 준비하시고 인도하십니다. 놀랍게도 리브가가 이삭의 아내가 되는 모든 과정은 매우 신속히 진행됩니다.
무작정 길을 떠난 종이 우물가에서 드린 기도는 끝나기도 전에 응답됐고(24:15), 종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리브가와 라반이 보인 행동의 특징은 ‘달려감’입니다(24:17, 20, 28~29).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됐고, 종이 리브가를 만난 바로 다음 날에 리브가는 이삭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24:58).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아들을 예비해 두셨듯이 그 배필도 예비해 두셨음을 의심하지 않았고, 하나님은 그 믿음을 부끄럽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처럼 믿음의 가정은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믿고, 그 복을 누리게 됩니다.

 

말씀에 순종하는 평탄한 삶(25~26장)
아브라함은 죽기 전에 이삭이 언약을 계승하도록 배려한 후에 아내 사라가 묻힌 막벨라 굴에 함께 묻혔습니다(25:9). 이제 이삭은 언약의 계승자로서 하나님의 예언과 함께 통치를 시작합니다(25:19, 23).
이삭의 일생을 살펴보면, 아브라함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지만 아버지와는 다르게 대처해 훨씬 평탄한 삶을 삽니다. 이삭도 아들을 얻기 위해 20년을 기다려야 했지만, 아브라함과 다르게 오직 기도하고 기다려 아들을 얻습니다(25:21, 26). 아브라함이 두 아들 이스마엘과 이삭의 갈등 때문에 고민해야 했듯이, 이삭 또한 에서와 야곱 두 아들의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리브가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25:22).
이삭도 큰 흉년을 겪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그랄에 머무릅니다(26:1~6, 참조 12:10). 그랬기에 아내를 누이라 속이는 같은 실수를 저질렀어도 아내를 빼앗기지 않고, 도리어 보호를 받습니다(26:7~11). 그는 농사로 100배의 수확을 얻어 거부가 됐을 뿐만 아니라, 블레셋 사람들의 시기로 우물을 빼앗기는 억울한 일을 거듭 당해도 마침내 아버지 아브라함의 우물을 다시 파서 물을 얻는 복을 누립니다(26:12~22).
결국 아브라함 때와 마찬가지로 아비멜렉은 이삭을 두려워해 평화조약을 맺으러 왔고, 이삭은 시기심으로 인해 자신을 추방했던 아비멜렉의 과거를 꾸짖습니다(26:27, 참조 21:25). 이삭은 이방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사람, 곧 ‘여호와께 복을 받은 자’였기 때문입니다(26:28~29, 참조 21:22). 이처럼 신앙의 가정은 하나님께 순종함으로써 모든 위기를 견뎌내고 결국 승리하는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삭과 리브가는 큰 약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두 아들 에서와 야곱에게 신앙을 제대로 전수하지 못했으며, 부모가 아들들을 각각 편애한 것입니다. 에서와 야곱은 하나님의 언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야곱은 장자의 명분을 사람이 사고팔 수 있는 권리 정도로 생각했고, 에서는 그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25:29~34). 게다가 에서는 가나안 헷 족속 여인을, 그것도 두 명이나 아내로 얻었습니다(26:34~35). 이는 이 가정에 큰 풍파의 씨앗이 되고 맙니다.

 

올바른 신앙 계승의 실패(27장)
이삭과 리브가의 가정에 불어온 풍파는 제대로 된 신앙 계승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잘 보여 줍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언약을 계승하기 위해 그 배필을 어떻게 찾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24장), 헷 족속 아내를 얻은 에서를 언약의 계승자로 세우려 한 이삭의 행동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27:1~4). 하지만 남편을 속여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리브가의 행동 역시 큰 잘못입니다(27:5~10). 에덴동산에서의 아담과 하와처럼, 이삭과 리브가도 거짓의 영에 의해 흔들렸던 것입니다.
이삭을 속이던 리브가와 야곱의 모습에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전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야곱은 하나님의 이름을 아버지를 속이는 데 사용합니다(27:20). 이삭의 눈이 어두웠다는 사실은 그가 영적으로도 어두워졌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에서는 언약의 계승자가 될 자격이 없었습니다. 에서가 아버지 앞에서 야곱을 비난하는 말에는 자신이 사실상 장자로서 언약을 계승할 의지가 없었음이 드러납니다(27:36, 참조 25:33). 사실 에서와 야곱 모두 그저 아버지가 누렸던 복을 받고자 했을 뿐입니다. 아버지 이삭이 누렸던 평탄함과 부유함의 중심에는 하나님 말씀에 대한 순종이 있었지만, 에서와 야곱은 이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도하시는 언약의 계승(28장)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주권적인 뜻을 따라 야곱을 언약의 계승자로 세우십니다. 언약의 계승자는 반드시 믿음의 배필을 얻어야 했기에 야곱은 먼 여행을 떠나야 했습니다(27:46). 이삭은 배우자를 찾으러 떠나는 야곱에게 아브라함이 리브가를 얻기 위해 종을 보낼 때와 비슷한 당부와 함께 언약의 축복을 합니다(28:1~4, 참조 24:3~4).
하나님께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야곱이 언약 계승자로서 자격을 갖추도록 훈련을 시작하십니다. 순종을 통한 형통함을 누렸던 이삭과 달리, 야곱은 아버지 집에서 쫓겨나 갖은 고생을 통해 배필을 얻고 재산을 일궈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약의 복이 결코 아버지의 재산이 아니라, 하나님께 순종하고 그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데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교육하셨고, 그 훈련은 돌베개를 베고 노숙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28:10~11).
하나님께서는 그때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셨던 언약을 그에게 계승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28:13~15). 야곱은 그곳에 단을 쌓고 ‘벧엘’(하나님의 집)이라 불렀는데, 사실 그의 기도는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아버지 집에 돌아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미성숙한 것이었습니다(28:18~22). 이는 이후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먹고 마실 것을 구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야곱을 훈련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에서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먹이며 훈련하셨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언약을 주권적으로 계승해 나가십니다.

 

믿음 안에서 배우자를 얻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을 후대에 계승해 나가는 삶이야말로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행복하고 평탄한 삶입니다. 가정의 달 5월, 창세기에 나타난 믿음의 선진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통해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서 아름다운 가정을 이뤄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