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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을 준비시키신다

과월호 보기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민수기의 전통적인 이름은 ‘그가 말씀하셨다’ 또는 ‘광야에서’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민수기를 묵상할 때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 방향을 제시합니다. 특히 전반부는 묵상의 방향을 가나안 입성을 위해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관찰하는 데에 맞춰야 합니다. 또한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증명되는 본문이기에,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성취된다는 확신을 갖고 묵상해야 합니다. 민수기 1~8장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가나안 입성을 어떻게 준비시키며, 자신의 약속을 이뤄 가시는지 함께 살펴봅시다.


민수기 1~8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모세오경의 하나인 민수기는 주제별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만일 시간적 흐름을 따른다면, 성막이 세워진 후(민 7:1)에 인구 조사를 실시하는 내용(민 1:1)이 기록돼야 합니다. 그런데 주제별로 기록한 이유는 ‘민수기’(Book of Numbers, 숫자들의 책)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증가한 인구 숫자를 강조하려는 저자 모세의 의도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기초로 민수기 1~8장까지를 개관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4장은 증가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회막을 중심으로 어떻게 진영을 꾸린 후 전쟁 준비를 해야 하는지가 기술돼 있고, 5~6장은 진영 안에서 어떻게 성결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제시돼 있으며, 7~8장은 진영 중심에 있는 회막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헌신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전쟁을 준비시키시는 하나님(1~4장)
민수기 1장은 출애굽한 지 2년째 되던 2월 1일 시내광야에서 일어난 인구 조사를 기술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전쟁에 참여할 20세 이상 된 남자 장정의 숫자를 계수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모세와 아론이 각 지파의 대표를 통해 계수한 그 숫자는 무려 60만 3,550명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하늘의 별과 같이 많은 민족을 이루게 하시겠다는 약속이 입증된 것으로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드러납니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성막 사방에 진을 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을 진노를 예방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레위 지파는 이 숫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민 1:49, 53).
2장은 계수된 인원을 토대로 각 지파들의 진영과 행군 순서에 대해 설명합니다. 지파들의 배치에서 중요한 사항은 회막을 향해 배치된 부분입니다(민 2:2). 그들의 삶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회막 중심이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거룩함을 추구해야 했습니다.
행군 순서에서는 유다 지파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사실 유다는 장자가 아니었지만, 르우벤과 시므온이 죄를 범해 장자의 영광은 유다에게로 넘어갔습니다(참조 창 49:8). 결국 야곱의 예언대로 유다는 하나님의 백성을 구속할 자손이 태어날 지파임이 행군 순서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이처럼 회막 중심의 지파 배치와 행군 순서는 전쟁 준비를 위한 구조를 갖추는 과정인 동시에, 가나안 입성의 운전대를 하나님께서 친히 잡고 계심을 보여 줍니다.
3~4장은 레위 지파의 정체성과 맡은 사명을 기록합니다. 먼저 레위기 10장에서 다룬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을 언급해 사명을 감당하는 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뜻임을 확인하게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레위 지파가 이런 경각심을 가진 상태에서 제사장 역할을 감당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구별됨은 특권 의식이 아니라, 이스라엘 자손의 장자를 대신해 하나님을 섬기며 이스라엘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레위 지파의 자손별 임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게르손 자손은 성막 서쪽에 진을 치고, 성막과 장막, 그것의 덮개, 휘장 등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고핫 자손은 회막 남쪽에 진을 치고, 회막의 지성물 관리 및 성소 관리를 맡았습니다. 므라리 자손은 회막 북쪽에 진을 치고, 성소 외부를 관리하는 직무를 담당했습니다.



성결을 준비시키시는 하나님(5~6장)
5장은 이스라엘 백성의 성결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성결하기 위해 이들이 어떻게 행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임재를 소중히 여기고, 하나님의 임재 장소를 깨끗하게 유지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이를 위해 진영 안과 밖을 구분해서 성결함을 관리하게 하셨고(5:1~4), 이웃과 하나님께 죄를 범했을 때는 속건제를 통해 죄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도 가르치셨습니다(5:5~10). 또한 공동체를 허물 수 있는 간통에 관한 규정도 세우셔서, 공동체에 신뢰 관계가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5:11~31).
6장은 나실인의 서원을 통해 제사장과 레위인만이 아니라 일반 성도도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할 수 있음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는 또한 누구나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기에 자신의 몸을 성결하게 하는 데에도 예외가 없음을 알게 합니다.
특별히 나실인의 서원 기간에는 지켜야 할 금기 사항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포도주와 독주를 금했고, 둘째는 머리를 자르지 않으며, 셋째는 시체와 접촉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이 서원을 이행함에 따르는 책임감의 중요성을 깨닫고, 영적 분별력을 가지고, 세상에 오염되지 않는 거룩한 자로 살기를 바라십니다. 만일 이 같은 성결함을 유지한다면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을 향해 아낌없이 복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복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임재를 지속적으로 약속하시는 것을 뜻합니다.



헌신을 준비시키시는 하나님(7~8장)
7장은 출애굽한 지 2년째 되던 1월 1일로, 민수기 1장에서 제시된 인구 조사보다 앞선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모세가 이 이야기를 왜 언급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백성들이 성막을 세우는 데 자원하는 마음으로 헌물을 드렸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의 수고와 헌신이 있었음을 뜻합니다.
성막이 완성되자 지휘관들이 가장 먼저 하나님께 예물(수레 여섯 대, 소 열두 마리)을 드리는데, 온전한 공동체를 위해 지도자가 앞장서서 섬기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후 족장들이 12일간 하루에 한 지파씩 헌물을 바쳤는데, 모두가 동일한 양의 제물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이처럼 모세는 모든 이들이 같은 헌신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8장에서는 성막을 봉헌하는 날에 등잔에 불을 켜는 일과 레위인 봉헌에 대한 부분이 다뤄집니다. 여기서 등잔대에 초점을 맞춰 기록한 부분은 등잔대에 있는 일곱 등잔이 등잔대 앞을 비추도록 했다는 내용인데, 이는 맞은편에 있는 진설병 상을 비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빛과 빵은 하나님의 은혜를 상징하는 것으로, 성막 봉헌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를 원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습니다. 이처럼 등잔대 하나를 차려 놓더라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법대로 행할 때, 그 백성은 복을 누리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레위인을 데려다가 그들을 정결하게 하신 후 성막 봉사를 하게 하셨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부분은 제사장 봉헌식 때는 백성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레위인을 봉헌함에 있어서는 백성들이 그들의 손을 레위인 위에 놓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성막 봉사에 대한 중요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대신해 구별된 그들이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곳에 가서 귀하게 쓰임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와 같이 레위인 봉헌 문제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도, 하나님께서는 세밀하게 알려 주셨고, 백성 전체의 온전한 헌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하셨습니다.

민수기는 누가 군대에서 봉사할지를 결정하는 인구 조사로 이야기가 시작해, 자신의 백성을 향해 성결과 헌신을 준비하게 하신 하나님의 모습이 묘사됩니다. 사실 전투 병과로 분류된 이스라엘 백성 60만 3,550명과 영적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레위인 2만 2,000명이라는 숫자만 보더라도, 아브라함을 통해 하늘의 별과 같이 자손을 번성하게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증명됐음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하나님의 백성답게 준비시키셔서 최고의 성결함과 헌신된 자녀로 성장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시내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준비시키시기 위한 하나님의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시기 위해 자신의 백성을 준비시키시고 약속을 이뤄 가시는 하나님을 보며, 우리도 영적 전쟁에서 온전히 승리하기 위해 묵묵히 준비된 자로 변모돼야 함을 기억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