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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축구에 빠진 이유는 축구의 기본인 패스가 아니라 드리블 때문이었다. 나는 공의 움직임과 나의 움직임을 통해 상대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속이는 기쁨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때 나는 동료들이 공을 기다린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내가 개인적인 욕심에 빠져 공을 오래 소유할수록 동료들은 지쳐 갔다.
시간이 지나고 축구를 점점 더 알아갈수록 축구를 하는 기쁨은 혼자 즐기는 드리블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패스 곧 나눔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훈련장에서 선수들끼리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은 “Keep the ball"이다. 언뜻 들으면 공을 소유하고 있으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축구에서 이 말의 진짜 의미는 “혼자 공을 소유하라”가 아니라 “빨리 패스해서 우리가 공을 소유하자”다. 패스하는 것이, 즉 공을 다른 선수와 함께 나누는 것이 상대팀 선수로부터 공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22명의 선수들이 공 하나를 가지고 90분 동안 플레이하는 경기다. 하지만 실제로 한 경기에서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진행하는 플레잉 타임은 60분이 채 되지 못하고, 22명의 선수들이 한 경기에서 개인적으로 공을 소유하는 시간은 불과 2분 30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90분이라는 축구 경기에서 고작 2분 30초밖에 공을 가지고 있을 시간이 없고, 공을 가진 선수에게 TV 카메라와 수만 명 관중의 시선이 쏠리고 모든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온 공을 오래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축구를 즐길 줄 아는 최고의 선수일수록 소유, 곧 드리블은 패스 줄 곳이 없다고 판단될 때 쓰는 마지막 선택 카드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누면 내 것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법칙만 생각한다면 나누면 줄어든다는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방법을 좇아 먼저 나누기 시작할 때 하나님은 거꾸로 채우기 시작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