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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매일 그분의 은혜 안에 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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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끊자마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들이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나는 씩씩거리며 위층에 있는 아내에게 달려갔다. 그러면서 아들이 나를 속인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아내는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서 기도 좀 하고 오세요.” “지금은 녀석을 위해 기도할 기분이 아니라오.” “아니요. 애를 위해서 기도하라는 말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서 기도를 하라고요.”
내 방으로 돌아가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데 문득 그분이 이미 내 아들의 인생을 구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친구가 엄마에게 고백을 한 것은 하나님이 그의 양심을 자극하셨기 때문이 분명했다. 그 애의 엄마가 내게 힘든 전화를 하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돌아오기 전에 내가 화를 가라앉힐 틈을 만드신 분도 하나님이었다.
아들은 늦게 돌아왔다. 나는 두어 시간 쉬게 두었다가 녀석의 방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좀 나눌 시간이 있냐고 물었다. “하나님의 은혜가 매일 네게 임하고 있다는 생각은 해 봤니?” 아들은 나를 올려다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원래 빛 가운데 걸었어. 하지만 이번 주에는 어둠 속으로 한 발짝을 내디뎠더구나. 아빠는 네가 어둠 속에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빛 가운데서 살렴.”
내가 나가려는데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가지 마세요.” 고개를 돌리니 녀석이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울먹였다. “아빠, 빛 가운데 살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아빠가 도와주세요.”
그때부터 우리 부자는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은혜의 하나님이 적시에 내게 아들의 잘못을 밝혀 주시지 않았다면 부자 사이의 이런 은혜로운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알았다면 당장 아들을 따라가서 심한 말을 퍼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하고서 기독교적인 교육을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독선적인 분노를 발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는 아들의 마음을 조금도 변화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