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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품과 인격훈련의 기초가 된 가장 중요한 진리들을 마음속으로 헤아려 보았을 때, 대부분 누군가가 사랑하는 마음에서 혹은 화가 나서 나를 질책하거나 비판했던 고통스러운 상황을 통해 온 것임을 발견하고는 무척 놀랐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사건이 있다.
예전에 덴버신학교의 특별집회에서 당시 학생 세대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어떤 도덕적 쟁점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막 나오는 길이었다. 그때 선교학 교수인 레이먼드 부커 박사가 내게 다가왔다. 그날 나는 발표 준비 때문에 그 교수의 수업을 두 시간이나 빼먹었는데 그것이 발각된 것이다.
교수님은 “고든, 오늘 밤 자네가 발표한 글은 좋은 내용이었지만 대단한 것은 못 되네. 그 이유를 알고 싶나?”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약간 창피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내심 그 이유를 알고 싶지 않았지만,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의 분석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 글은 훌륭하지 않아. 왜냐하면 그 글을 쓰기 위해서 자신의 일과를 희생시켰기 때문이지” 하고 말씀하시면서 교수님은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쿡 찌르셨다. 쓰라린 가슴을 안고 가장 중요한 교훈 하나를 배우게 된 것이다.
기독교 지도자로서 나는 시간을 보통 임의대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판에 박힌 일과나 평범한 의무들을 무시하고 멋있어 보이는 일에 몰두하게 되기 쉬웠다. 그러나 인생의 대부분은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므로 부커 교수가 옳았다. 즉 일상적인 책임과 의무를 잘 이행하는 법을 배운 사람이 길게 보면 가장 위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꺼이 나를 질책해 준 사람이 없었다면, 그리고 내가 기꺼이 귀 기울이며 배우려 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인생의 그 시점에서 그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성장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들음으로써, 적극적으로 귀담아들음으로써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