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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삶의 후반전, 타오르는 횃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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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두 가지 세계를 산다. 하나는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일 틈도 없이 정신없이 바쁜 세계다. 거래를 하고 점수를 기록하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주식 시장 같은 곳이다. 이 세계는 구름 같아서 곧 사라지고 만다.
내가 사는 또 하나의 세계는 지금 로스가 있는 영혼 불변의 세계다. 나는 이 영혼 불변의 세계를 확신하기에, 로스에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 잘 있어. 로스야, 당분간은.”
이 영혼 불변의 관점은 내게 돌연 큰 위안을 주었다. 동시에 조지 버나드 쇼가 말했던, 삶을 향한 인상적인 열정과 날마다 삶을 다 소모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상기시켰다.
쇼는 1907년 어느 연설에서 말했다.
“나는 삶 자체가 즐겁다. 내게 삶은 금방 꺼지는 촛불이 아니다. 삶은 지금 이 순간 내 손에 쥐고 있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며, 나는 그 횃불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기 전까지 가능한 밝게 타오르게 하고 싶다.”
내가 로스를 몇 안 되는 위대한 영웅 목록에 넣은 이유 중 하나는 로스가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금방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스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었고, 활기차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데다 사람을 끄는 매력까지 갖춘, 우리 모두가 갖고 싶은 장점을 고루 갖춘 아이였다. 로스는 날마다 자신의 재능을 남김없이 다 썼다. 우리와 함께 머문 시간은 무척 짧았지만, 그동안 자신을 아끼지 않았다. 로스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를 여한 없이 환히 타오르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유명한 영국 시인 존 던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어느 누구도 하나의 동떨어진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일부, 본토의 일부다. …어떤 이의 죽음은 나 자신을 소모하는 것이니, 그건 나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에. 그러니 묻지 말지어다. 누가 죽었기에 종이 울리느냐고.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종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당신을 데려가는 종이 울리기 전까지 늘 깨어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