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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시험’을 귀하게 여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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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먹어 본 중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피자 가게에 들른 우리는 큰 기대감으로 주문했다. 그러나 45분을 기다리다가 결국 내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설상가상으로 점원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한다는 말이 “손님, 뭘 주문하셨지요?”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우리 주문을 잊은 것이다. 급기야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주문한 피자를 받았고, 우리는 호텔방에서 먹으려고 피자를 들고 차를 탔다. 그런데 비가 어찌나 많이 내리는지 코앞도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호텔에 도착하자 아내와 아이들은 각자 자기 피자를 들고서는 호텔방으로 쏜살같이 올라갔다. 나도 내 피자를 들고 차에서 내렸는데, 아뿔사! 그만 깊이가 30센티미터는 족히 되는 물웅덩이에 발을 딛고 말았다.
그 바람에 치솟은 웅덩이 물이 들고 있던 피자 상자를 덮쳤고 피자가 빗물 위로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잔뜩 낙심한 채 방에 들어가서 다시 피자 가게로 가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더니만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텔레비전에만 빠져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까 그 점원을 어떻게 다시 상대할지가 제일 걱정이었다.
피자 가게까지는 차로 단 5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그 5분 동안에 성령님은 은혜를 베푸셔서 놀라운 일을 하셨다. 당시 설교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야고보서 1장 2절이 갑자기 내 마음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이 불편한 상황을 기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시험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렇다. ‘시험(trial)을 귀하게 여기다’라는 표현을 바로 이때 발견했다.
나는 피자 가게로 가서 아까 그 점원을 찾아가 공손한 태도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정말 놀랍게도 새 피자 하나를 거저 내주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다음 날 하루를 보내는 동안 내 마음속에서 기쁨이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이 시련을 귀하게 여긴 덕에 누린 특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