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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례를 맡아 달라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내가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결혼식은 쉽지만 결혼 생활은 힘들다”는 말이다.
예비부부는 결혼식을 계획하고 싶어 하는 반면에, 나는 결혼 생활을 계획하길 바란다. 그들은 신부 들러리가 서야 할 곳을 알고 싶어 하는 반면에, 나는 용서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를 바란다. 그들은 결혼식 음악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 하는 반면, 나는 결혼 관계의 정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나는 눈을 감고서도 20분 간 결혼식 주례를 할 수 있지만, 결혼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려면 언제나 두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결혼식은 중요하다. 참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진한 감정이 배어 있는 행사다. 때때로 무척 값비싼 행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적시에 바른 장소에 있고 바른말을 하려고 신경을 쓴다. 모든 세세한 사항, 식장을 장식한 꽃과 촛불까지도 기억할 만한 것이다. 그래도 결혼식은 쉬운 것이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복잡하고 힘겹다. 결혼 생활을 통해 우리는 결혼식에서 구두로 맺은 언약과 헌신을 삶의 구석구석에서 실천에 옮기게 된다. 결혼 생활이 없다면 결혼식 행사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남자와 여자가 해마다 결혼기념일이 되면 결혼 예복을 다시 차려 입고 첫 번째 결혼식을 재현하면서 “나는 결혼했어, 나는 결혼했어”라고 외친다 해도, 날마다 주고받는 사랑이 없다면 그리고 지속적인 온유함, 경청하는 자세, 헌신적인 희생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요시야의 개혁은 결혼식과 같은 것이었다. 예레미야의 관심은 결혼 생활에 있었다. 므낫세와의 인연을 끊고 백성들이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회복하도록 한 것은 위대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포용하고 그분의 길을 좇아 걷는 것은 평생에 걸친 작업이다. 백성들은 요시야의 개혁을 경축했으나, 예레미야의 설교는 무시했다. 예레미야는 일평생 민중의 지리멸렬한 종교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증거의 메시지를 끈질기게 선포하며 그 예지가 조금도 둔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