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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깨어져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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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도원에 아주 똑똑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수도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교만하기 그지없었다.
그 교만한 수도사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가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아주 노련하고 존경받는 늙은 수도사가 젊은 수도사를 교육시키는 중차대한 일을 떠맡게 되었다.
늙은 수도사는 고심했다. 어떻게 하면 젊은 수도사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교만함을 깨닫게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늙은 수도사에게 좋은 지혜가 떠올랐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흙을 만지면서 젊은 수도사에게 말했다.
“여기에 물을 좀 붓게.”
영문을 모르는 젊은 수도사는 물을 가져와 부었다. 그런데 물이 흙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으로 흘러내렸다. 그러자 늙은 수도사는 말없이 망치를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딱딱한 흙덩이를 잘게 부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흙은 너무 딱딱해서 물을 흡수하지 못한다네. 그래서 이렇게 깨 줘야 하지.”
잠시 후에 늙은 수도사는 젊은 수도사에게 다시 물을 부으라고 시켰다. 젊은 수도사가 물을 부었다.
그러자 부드러워진 흙 속으로 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늙은 수도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여기에다 씨를 뿌리면 틀림없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걸세. 딱딱한 흙에서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다네.
씨를 뿌려도 곧 죽고 말지. 사람도 이와 같다네. 교만한 마음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어. 내가 깨어지고 부서지지 않으면
그곳에 아무것도 담을 수 없지. 수도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깨어짐의 법칙이라고 말한다네.”
그제야 젊은 수도사는 늙은 스승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자신의 교만함을 뉘우쳤다.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깨어짐은 힘이 든다. 그러나 깨어지지 않으면 결코 좋은 작품이 될 수 없다.
깨어짐은 고통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님은 깨어진 자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신다. 깨어진 자만이 하나님의 비전 그릇으로 쓰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