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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베트남으로 전도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난하니까 손을 내밀고 돈을 달라고 하면 2천동짜리 지폐(환화 약 200원 가치)만 주라고 선교사들이 우리 팀에게 가르쳐 주었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지쳐서 팀원들이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나는 버스 안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누군가 옆에서 버스 창문을 두드렸다. 내다보니까 60대 가까이 되는 꾀죄죄한 할머니가 아주 더러운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문을 조금 열고 내 손이 그 더러운 할머니의 손에 닿을까봐 조심스럽게 2천동짜리 지폐를 건네주고는 손을 얼른 뺀 다음, 문을 ‘탁’ 닫았다.
그날 저녁에 습관처럼 하나님께 나아가 오늘 하루 지낸 것에 대해 내게 하실 말씀이 무엇인지 알려 주시길 간구했다. 기도하는데 환상 속에서 낮에 보았던 꾀죄죄한 할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왜 제게 이 할머니를 보여 주십니까?’라고 주님께 물었다. 그랬더니 그 더러웠던 모습이 깨끗하고 인자하게 바뀌면서 나를 향해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그가 바로 나였단다’라는 주님의 음성이 들려 왔다.
그날 꼼짝하지 못하고 얼마나 회개했는지 모른다. 내가 삶 속에서 계속 주님을 만나지만, 그분을 거절하고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 풍속에 젖어 있는 나의 마음과 눈으로는 예수님을 만나도 분간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