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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5월

우리 가운데서 하늘나라를 보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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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와 증오로 어지러운 세상에 진저리가 난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의 행패가 그치지 않는 데 지쳐버린 그는, 정의가 존중받고 평화가 실현되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주변 사람들에게 기회만 있으면 털어놓았다. 밤마다, 하늘에 닿아 있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땅을 꿈꾸었다.
어느 날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간단한 보따리를 챙기고 가족과 이별하여 꿈에 그리던 이상향을 찾아 길을 떠났다. 하루 종일 걸어 해가 질 무렵, 길에서 조금 벗어난 숲 속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빵을 먹고 기도를 바친 다음, 내일도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구두코를 그쪽으로 돌려놓고는 자리에 누웠다.
그날 밤, 그가 잠자고 있을 때, 장난꾸러기 하나가 하필 그리로 지나다가 나그네의 구두를 보고 장난기가 발동하여 구두코 방향을 백팔십도 돌려놓았다.
이튿날 아침, 나그네는 잠에서 깨어 기도를 바친 다음 남은 음식을 먹고 구두코가 가리키는 쪽으로 길을 떠났다. 그날도 하루 종일 걸었다. 이윽고 해가 질 무렵, 멀리 하늘에 닿아 있는 이상향이 나타났다.
그가 기대했던 것만큼 크지도 않았고, 그리 낯설지도 않았다. 그는 낯익은 거리로 들어가 어느 집 문을 두드렸고, 거기서 낯익은 가족들을 만났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에 그리던 정의롭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것이 달라졌군요? 이야말로 진짜 기적 아닙니까? 주님, 저한테서도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나도록 도와주십시오.
전쟁과 아우성으로 범벅이 된 세상 한복판에서, 소리 없이 피어나는 들꽃 한 송이처럼 친구를 위하여 제 목숨 내어놓는 눈물겨운 사랑을 볼 수 있도록, 주님, 제 눈을 당신 눈으로 바꿔 주십시오. 여기 아닌 저기 어디에 낙원이 있다는 착각에서 저를 해방시켜 주십시오. 그리하여 우리 가운데 있는 하늘나라를 지금 여기에서 살게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