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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오슈비엥침에는 그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최대의 강제 수용소이자 집단학살 수용소였다. 1940년부터 45년까지 불과 5년 동안 그곳에서 사망한 자의 수를 250~400만으로 추산하고 있으니, 생지옥이 따로 없는 셈이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그곳에 직접 찾아가 보면 뜻밖의 광경을 접하게 된다. 엄청나게 큰 방에 가죽 트렁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가 하면, 어떤 방엔 구두가, 또 어떤 방엔 안경테나 일용품들이 역시 태산처럼 포개어져 있다.
말할 것도 없이 그곳에 수용되었던 사람들의 물품이었다. 독일 나치는 강제노동에 동원된 포로들의 노동력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가스실에서 죽여 버렸다. 죽은 자들의 머리카락은 모두 잘라 군용 외투 속에 방한용으로 넣었고, 몰수한 금, 은, 보석류는 독일 국립은행으로, 그리고 의류는 군수공장의 강제노동자들에게 보내었다. 당시는 전시인지라 모든 면에서 물자가 부족했다. 그래서 비상시에 사용하기 위해 나머지 몰수품들을 수용소 내에 태산같이 쌓아 두었다가, 그것을 다 쓰기도 전에 패망해 버리고 만 것이다.
아우슈비츠 그 충격의 현장을 다 둘러보고 나면 그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인간세상의 축소판임을 알게 된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평생을 써도 다 쓰지 못할 것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두고서도 단지 욕망으로 더 가지기 위해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안달인가? 그들의 그 욕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들이 불이익과 괴로움을 감수해야만 하는가?
만약 그대가 그대 주머니를 위해 누구에겐가 돌아가야 할 정당한 몫을 거짓으로 가로챈다면, 그것은 그대의 생명과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상대의 생명을 동시에 갉아먹는 짓이다. 그대가 더 많은 몫을 챙기기 위해 그대가 제조하는 상품이나 제품을 불량하게 만든다면, 그 역시 그대 생명과 그대 제품을 사용할 고객의 생명을 더불어 갉아먹는 짓이다. 크리스천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피해야 할 범죄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