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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펭귄들은 1년에 하나의 알을 낳아 키운다. 아빠 펭귄이 알에서 깨어난 새끼를 돌보는 사이, 알을 낳고 탈진한 엄마 펭귄은 속히 바다로 나가 먹이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먹이를 뱃속에 가득 채운 다음 아빠 펭귄과 새끼가 기다리는 곳으로 급히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엄마 펭귄의 임무이다. 엄마 펭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아빠 펭귄과 새끼 모두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런데 이 엄마 펭귄을 호시탐탐 노리는 천적이 있다. 바로 바다표범이다. 바다표범은 바다에서 먹이를 잔뜩 사냥한 펭귄이 빙하 위로 뛰어 오르려는 지점에 잠복하고 있다가 펭귄을 덮친다. TV 화면에 클로즈업 된 바다표범이 펭귄의 날개와 배를 물었다. 놀란 펭귄들이 부지런히 도망쳤다. 물린 펭귄은 필사적으로 달아나려 했다. 오랜 사투 끝에 그 펭귄의 날갯죽지가 찢겨 나가면서 펭귄은 겨우 바다표범의 입에서 벗어났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걷다가 힘에 겨워진 어미 펭귄은 얼음 위에 배를 깔고 미끄러지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펭귄이 지나간 흰 얼음 위에 다리와 날개에서 흐른 선혈이 스몄다. 그 어미 펭귄이 기필코 찾아간 곳은 자신의 새끼가 기다리는 곳이다.
상처 입은 어미 펭귄이 필사적으로 살아 돌아온 유일한 이유는 오직 그 새끼 때문이었다. 서둘러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상처를 돌보지 않고 오로지 배고픈 새끼를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어미의 애타는 마음이 느껴졌다.
자신이 죽으면 그 새끼의 생명을 보전할 방법이 없기에 어미는 날카로운 바다표범의 이빨에서 벗어나 피 흘리는 몸을 이끌고 새끼를 찾아온 것이다. 바다표범에게 물리는 그 순간에도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먹이를 기다리며 점점 생명이 꺼져가고 있을 자신의 새끼였을 것이다.
문득 나는 이 상처받은 어미 펭귄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이미지를 보았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어미 펭귄의 상처와 오버랩 되었다. 하나님은 어미 펭귄의 그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고 계셨다. 그 펭귄을 만든 분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