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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구의 어느 교회 근처 식당에서 동료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제법 큰 교회였는데 나도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교회였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가 말했다.
“우리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 교회에 한번 가 보지 않겠어요?”
그러자 누군가 “우리 다 같이 교회에 갔다가 3차 갑시다”라고 외쳤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교회 목사가 어려운 바벨탑 설교를 꽤 오래 하셨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어려운 설교를 저렇게 오래 하면 안 될 텐데….’
그런데 불안해하는 나와는 달리 동료들이 설교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 순간 교회로 인도하기만 하면 하나님이 역사하시고, 성령님이 그 마음을 주장하신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전도는 결코 내가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동료가 말했다. “술 먹는 것보다 훨씬 낫네.”
“그자?” 누군가 대구 사투리로 화답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진짜 그렇다! 그자?”
하지만 그들에게 맡긴 3차는 역시 술집이었다. 그런데 다른 날과는 다른 진풍경이 펼쳐졌다. 다들 술잔에 술을 따랐지만 마실 생각을 않고 좀 전에 들은 설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통 만나기만 하면 술부터 거나하게 마시는 게 일인데, 오늘은 교회에 갔으니 그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고 특이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물며 “나는 ‘할렐루야’ 할 거니까, 너는 ‘아멘’ 해라” 하면서 술잔을 들었다가 내려놔도 나에게는 그 말이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한술 더 떠서 술집 사장과 직원에게 다음 주에 교회에 같이 가자고 권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그들은 정말 그 다음 주에도 수요예배에 참석했고, 술집 사장과 직원까지 데려왔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이 일이 소문이 났다. 특히 한 동료는 말술도 사양하지 않는 사람으로 교회에 발 들일 사람이 절대 아닌데 그가 교회에 가 보자고 하다니 신문에 대서특필될 일이라면서 화제가 되었다. 이 일이 대구 복음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