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으로 감사가 무엇인지 깨달은 사건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내가 출석하던 교회 고등부는 인원이 200여 명에 이르는 모범적인 주일학교였다. 우리 반 선생님은 K집사님으로 당시 마포중학교 교장이었으며, 사모님도 동구여상 교사로서 부부 교사였다. 이들 부부는 신앙이 좋아서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어느 주일 아침이었다. 고등부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급히 나가시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계속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예배 후 분반 공부를 인도할 선생님이 안 계셔서 우왕좌왕할 무렵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예배 시간 도중에 집에 불이 나서 집사님이 황급히 나가셨어요.” 다들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 우리는 선생님을 위해 기도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주일 우리는 선생님의 얼굴을 뵙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예배 도중 헌금 시간에 담당 전도사님이 “K집사님, 감사헌금 드리셨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에는 감사헌금을 드린 분을 호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니 집에 불이 났는데 무슨 감사야?’ 궁금하기도 했다. 예배 후 분반 공부 시간에 선생님이 입을 여셨다.
“지난주 갑자기 불이 났지만, 다행히 다섯 식구 모두 화상을 입지 않고 안전한 것을 두고 하나님께 감사했어요.” 나는 그때 감사가 무엇인지를 처음 알았다. “그렇구나, 감사는 감사의 제목을 찾기에 달려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