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7년 11월

영혼의 의사들

과월호 보기

 폴 트립은 『목회, 위험한 소명』이란 책에서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시절을 고백했다. 당시 그는 성공한 목회자로 온 성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교인들의 눈에 작은 실수조차 하지 않을 것처럼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집에서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그는 가족, 특히 아내에게 자주 화를 냈다. 한번은 심한 부부 싸움 도중 그는 교회의 여자 성도 중 95퍼센트가 자신과 같은 남편을 만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그의 아내는 자신이 나머지 5퍼센트 중 한 명이라고 대답했다.
폴 트립은 아내의 말이 마치 외과용 메스처럼 자신을 깊이 베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 말은 그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치유하고 회복시켰다. ‘충직으로 입힌 상처’는 그 가정의 전환점이 됐다. 그 말은 분노로 가득했던 남편을 슬픔과 회개를 거쳐 온화한 성품으로 이끌었다.
폴 트립처럼 우리도 가끔씩 뒤집어쓰고 있던 허울이 날아가는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치부가 훤히 드러나지 않으면 우리는 인격의 얼룩과 주름을 다뤄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필요했다. 이것이 내가 아내에게 고마워하는 수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20년 넘게 동행하는 동안 아내는 예전의 건강했던 상태로 돌아가도록 끊임없이 나를 자극했다.
내가 하나님의 약속보다 두려운 상황에 시선을 고정할 때, 돈 같은 엉뚱한 것에서 안정을 찾을 때,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며 잘난 체를 할 때, 과로할 때, 식사 자리에서 정신이 별나라로 가 있을 때, 실망스러운 일 앞에서 인격적이지 못한 반응을 보일 때, 남들 앞에서 가면을 쓴 모습을 보일 때,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아내의 펀치가 날아왔다.
마치 외과 의사의 메스처럼 내 안의 암 덩어리를 도려내 준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쯤 내 인격이 얼마나 엉망일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내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 때마다 아내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아내의 부드러운 지적과 책망은 나를 완성시켜 가는 하나님의 도구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