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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치유의 힘을 가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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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이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친근한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가 고백한 한 체험담은 손의 정신적인 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마도 그는 대단치 않은 질병으로 잠시 입원했던 것 같다. 옆방의 폐암 환자가 밤새도록 내지르는, 흡사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신음 소리 때문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엔도 슈사쿠는 이튿날 아침에 간호사에게 물었다. 환자가 그렇듯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워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 그의 질문에 대한 간호사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어요? 우린 그저 곁에 앉아 환자의 손을 꼭 쥐고 있을 뿐입니다. 한동안 그러고 있으면 통증이 차차로 가시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교대로 손을 잡아 주지요.”
그는 간호사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일 년쯤 후에 엔도 슈사쿠 자신이 무슨 수술인가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 후 마취가 깨기 시작하면 통증을 견디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누구든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그 역시 통증을 참지 못해 빨리 다시 마취 주사를 놓아 달라고 소리를 질러 댔다.
그러나 중독을 염려한 의사는 그의 부탁을 거절했고, 그는 한층 절망적으로 소리만 지르고 있었는데, 그때 한 간호사가 침대 곁에 앉아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엔도 슈사쿠는 “그러자 참으로 믿기지 않은 일이지만, 그 지독하던 아픔이 조금씩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인간의 손조차 어느 정도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복음서에서 우리가 숱하게 접하는 예수의 그 치유와 구원의 손에 대한 기록에 놀라워할 것도 없다. 예수께서 손을 대자 열병이 떠나갔다. 예수께서 눈을 만지자 곧 보게 되었다. 예수께서 손을 댄 사람들마다 나았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손, 사망을 생명으로, 실의와 좌절을 희망과 용기로 바꿔 주는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