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09년 01월

지상낙원

과월호 보기 옥한흠 목사

아내와 함께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장장 8시간을 가야 하는데 의자는 널빤지로 만든 한 세기 전 것 그대로였다. 우리는 알래스카의 데날리 국립공원Denali National Park으로 향하고 있었다. 앵커리지에 있는 교포 교회 연합집회를 며칠 인도한 직후라 좀 무리한 여정이었지만 쉽지 않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강행군을 하기로 했다. 게다가 우리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공원의 셔틀버스를 타고, 6시간 이상 북쪽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스케줄을 짜 놓고 있었다. 풍경 사진을 한 장이라도 제대로 찍으려면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내륙 깊숙한 곳을 찾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반 년 전에 원더호수Wonder Lake 근처에 있는 숙소를 미리 예약했었다. 정원이 20여 명이라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하지 않으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마다 호수 근처로 나와 낙원 같은 절경에 취해 있었다.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 그림자가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그 대신 가끔 무스가 호수로 걸어 들어가 수초를 뜯거나 엘크의 무리가 툰드라를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진기한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면 쏟아질 눈과 함께 오랜 동면으로 들어가야 하는 곰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 우리를 취하게 만든 것은 평화로운 호수와 그 호수를 감싸고 있는 적갈색의 툰드라가 주는 강렬한 매력이었다. 그리고 호수 건너편에는 눈이 부시도록 흰 백설을 무겁게 이고, 아침마다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호수의 맑은 거울에 비춰 보며 혼자 도취해 있는 북미 최고最高의 명산 매킨리Mackinley가 서 있었다. 이 모든 자연의 조화는 우리가 딴 세상에 와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일으키기에 족하였다.

“그때에…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사 1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