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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4월

아름다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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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중 부활절을 전후한 때처럼 아름다운 시절이 또 있을까요? 메마른 겨울나무들 사이에서 제일 먼저 피어난 소박한 산수유꽃을 보고 “오메, 벌써 봄인가 봐.”하고 놀라고 나면, 그 나무에 사랑의 편지라도 걸어놓고 싶게 마음이 밝고 젊어집니다.

 

산수유 다음에는 목련이 피고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나면 봄은 벚꽃을 향해 숨가쁘게 그 입김을 불어넣습니다. 벚꽃이 흰 눈처럼 분분히 날리는 길을 걸으며 만나지기를 기도처럼 간절히 바라며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아름다운 이, 사랑하는 사람밖에 더 있겠습니까?

 

딱딱하고 무표정하게 입 다물고 겨울을 견디던 나무들 안에서 그렇게 찬란한 생명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은 사랑의 힘밖에 없다는 걸 우리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압니다.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고난을 극복하고 살고 싶은 용기나 생을 찬미하고 싶은 희열, 남을 위해 기도하고 염려하는 마음 등 좋은 것은 다 사랑이 일으키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사계절 중 부활절 때처럼 이 땅에 태어난 것에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적도 없습니다. 죽음을 이기고 만물이 소생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처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자연환경이 이 지구상에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살기 좋다고 해도 늘 여름인 나라나 늘 봄인 나라에서 무슨 재미로 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요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