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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종족 음악을 통한 종족예배를 꿈꾸다

과월호 보기 김다솜 선교사(GBT성경번역선교회)

 미국 동료 선교사에게 아리랑을 가르친 적이 있다. 동료는 금세 노래를 익혀서 외워 부르기까지 했지만 특유의 멋이 없었다.
그는 “한국인인 네가 가진 느낌을 미국인인 내가 똑같이 표현하는 것은 역부족이야”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솔라도레미’ 다섯 개의 음만으로도 가슴 시린 아픔과 어깨춤이 들썩거리는 희열을 표현하는 민족이다. 슬쩍 비끼고, 꺾고, 흔들며 소리 속을 유영하는 우리의 음악에는 우리 민족만의 절절함이 존재한다.
나는 소수 종족이 가진 음악의 고유한 성정을 훼손하지 않으며, 종족과 함께 찬양을 만들고 불리도록 돕는 ‘종족 음악가’(Ethnomusicologist)다. 150여 년 전, 서양의 선교사들이 우리의 전통 음악과 예술을 배제한 채 예배 속에 서양의 문화만을 심어, 지금도 우리 음악을 이용한 예배 형식에 이질감을 느끼는 한국 교회의 현실이 아쉽다. 나는 철저히 소수 종족의 문화를 보존하고, 그 속에서 승화돼 올려 드리는 종족예배를 꿈꾼다.
지금까지 동아시아 X국의 6개 소수 종족(T족, DJZ족, JXZ족, D족, NZ족, HM족)과 함께했다. 공용어보다 모어(母語) 사용이 월등히 많은 이들에게 모어 찬양은 효과적인 복음 전달의 방법이다. 모어 찬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족의 전통 음악을 연구, 채집, 분석, 보존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열등하게 여기는 소수 종족들에게 종족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준다. 이후 전통 가락에 복음의 노랫말을 붙여 찬양으로 편곡한다. 또한 ‘모어 찬양 작곡’ 워크숍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찬양곡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이따금 현대 음악에 익숙한 청년들을 위해 외국 찬양에 모어로 번안된 가사를 붙여 보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불리지 않았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스스로 곡을 만들도록 격려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청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전통 가락을 근간으로 찬양곡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불리는 160여 곡들은 모두 그들의 가슴에서 울려 나온, 종족의 결이 담긴 찬양이다.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자신들이 만든 찬양을 노동요 삼아 부르며, 일상 속의 종족예배를 드리고 있을 그들. 숭엄한 듯 명랑한 그들의 모어 찬양이 동아시아 X국 온 땅을 훑고 있으리라. 온 땅으로 퍼져 나가는 그들의 찬양의 소리에 조용히 덧대는 바람이 되길 소망한다.


기도제목
1. 이미 작곡된 소수 종족의 모어 찬양이 쉼 없이 불려지며, 소수 종족들이 지속적으로 모어 찬양을 작곡할 수 있도록 여건을 허락하소서.
2. 음악을 전공한 하나님의 인재들이 종족 음악선교사로 헌신해 쓰임받게 하소서.